감자의 산통
조 은 미
가슴 한쪽 도려내는 아픔을 참아내며
땅속 깊이 몸을 뉘이던 날
또 다른 나를 잉태하는 희망 하나 거머잡고
어둠을 견딘다
감겼던 눈 비비고
사력을 다해 밀어올리는 촉수
타들어가는 대지 위에
가슴 속까지 갈라지는 갈증 견디며
옆구리 마디마디 터지며 솟는 생명의 본능
초록 잎새 위 머무는 햇살
기다림의 시간들
체관부 타고 알알이 땅 속에 영글어간다
고통의 인내에 점점 더 단단해지는 속내
하지가 가까이 닥아오는 소리
세상에 민낯을 마주할 설레임 다독이며
하얀 감자꽃 미소 바람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