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 마 오늘, 넌 내 꺼
조 은 미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이라는 하루의 선물에 감사하며 어떻게 이 녀석을 요리할까 궁리를한다.
저축이란 건 가당치않고 당장 꺼내쓰지 않으면 소멸되고 마는 눈꼽만큼도 내일이라는 배려라곤 없는 묘한 녀석이다.
그대신 잘 쓰면 쓸 수록 행복이라는 이자는 넉넉히 붙여 돌려준다.
날씨가 추워진다. 가평 집에 보일러도 다독거리고 김장한 것도 냉장고에 넣고 두루두루 겨울 채비를 하러 나선다
실안개 흐르는 산모롱이 돌아 다리 건너면 반갑게 맞이주는 집.
11월 초순 심은 소나무도 뿌리가 잘 내리는지 생기가 돌아 고맙고 대견하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빈집의 냉기가 내 덕좀 보자고 달려든다.
묵었던 시간의 흔적을 지우느라 앉지도 못하고 팔을 걷어붙인다.
왜 그리 버릴 게 많은지!
버리기 아까워 언제 오면 먹겠지 싶어 냉장고 넣어두었던 자투리 음식들이 결국은 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않되는 순리 앞에 욕심이 부끄럽게 무너진다.
한참을 버리는 통과 의례를 거치고서야 비로서 따끈한 불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거실이 내 온기에 냉기가 풀리는지 제법 훈훈해진 가슴을 열고 따사로운 속정을 나눈다.
한가로움 벗 삼아 벽난로 앞에 앉아 진한 레몬차 한 잔 목젖에 흘린다.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 바이젠이 흐르는 오후!
행복을 단단히 붙들어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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