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버리는 것이 주는 기쁨

조은미시인 2020. 6. 9. 07:00


버리는 것이 주는 기쁨
조 은 미

토박이처럼 농사를 푸지게 짓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라도 일을 만들어 하지않으면 하루가 무료하기 짝이 없는 한가로운 시간들!

때로 지나는 사람 외에 눈 마주치고 한담이라도 나눌 대화 상대 없이 오직 입이 밥먹는 기능 뿐으로 지날 때가 태반인 시골 생활이 그래도 지루하지 않은 건 sns 덕분인 것 같다.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꾀 고마운 친구이다.

그리고 글이라도 끄적이며 소통 하는 일이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나름 내 노력이고 치매 방지 예방책이니 이나마라도 글로 표현 할 수 있고 누군가 내 글에 공감해주는 기쁨은 내가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갖게하고 삶의 활럭이 되기도 한다.
만난 적도 없는 벗들이 눌러주는 공감이 그래서 늘 고맙고 감사하다.

며칠 전 고향을 지키는 초등학교 남자 동창들이 몇 놀러 와서 자라는 것만 대견하여 감히 잘라줄 엄두를 못내 봉두난발을 한 토마토를 토마토 먹으려면 아낌없이 곁 가지를 잘라 주어야 한다며 원 줄기만 남기고 뭉텅뭉텅 잘라 대에 끈을 묶어 세워주고 갔는데 며칠 새 훨씬 더 줄기가 실하게 굵어지고 벌써 토마토가 조랑조랑 달린다.

버려야 내가 사는 교훈을 토마토를 통해 배운다.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내 안에 있는욕심들을 사회와 단절된 이곳에 살면서 서서히 비워가고 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었는데 이리 단순하게도 잘 살아지는데 무얼 위해 그리 바쁘게 몸을 혹사하며 뛰어 다녔는지!
무언가를 배우러 쫒아다니는 일도 이 나이엔 고만할 일인 것 같다.

그네에 흔들 거리며 꼬끼오 아침을 깨우는 닭소리를 듣는다.
어제 뽑은 열무 고랑에 열무씨라도 뿌려볼까?
날씨가 이리 더우니 싹이 또 나서 한번 더 먹을 수 있을런지도!
늘 기대와 희망을 기지고 사랑과 열정을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을 놓치지 않고 사는 일은 나를 일어서게하는 힘인 것 같다.
까치가 깍깍 댄다.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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