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를 덖으며
조 은 미
생전 처음 쇠뜨기차를 만들어 보고 난 후 내 관심은 온통 차에 꽂히고 지천에 널린 꽃들을 보며 혹시 꽃차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투브를 찾아본다.
세상에 어찌 그리 좋은 효능들을 가진 꽃들이 많은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주변에 일부 독초를 제외 하고 약 안되는 풀이 없는 것 같다.
하나님의 선물에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누구도 못말리는 내 열정은 너무나 매혹적인 꽃자주 꽃을 예쁘게 피우고 있는 엉겅퀴와 노란 꽃을 지천으로 달고 있는 금계국의 화사함을 오래 가두고 싶어 엉겅퀴 한아름과 금계국 꽃을 조심스레 따온다.
엉겅퀴는 어혈을 다스리고 지혈 간회복에 특히 좋고 그외 이담 ,소염 각종 부스럼, 동맥 경화등에 효과가 있고 금계국은 해열 해독 부종에 특히 좋단다.
일단 엉겅퀴는 꽃과 줄기 잎을 따로 분리하여 잎은 생으로 덖고 꽃은 소금 약간 넣어 3번 정도 쪄낸후 덖기로 한다
줄기는단단하여 9번이나 찌고 식히기를 반복하여 그늘에서 말린후 5번 정도 더 덖어 준다.
금계국은 아주 약한 불에서 세월아 네월아 인내를 다해 참아가며 덖어야 꽃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예쁜 꽃차가 된다.
첫판은 너무 온도가 높아 꽃잎이 빨리 건조되는 바람에 꽃모양이 뭉그러 지는 실패를 한 후 점차 요령을 터득해가며 꽃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꽃차를 덖어낸 기쁨은 어찌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차를 덖는다는 게 이리 오랜 참음과 고요함 속에 정신을 집중하고 수행하는 자세로 마냥 시간을 덖는 일인줄 미쳐 몰랐다.
생각의 차이가 사람을 이다지도 달리지게 할 수 있을까?
외향적이고 뭐든 빨리 빨리 후다닥 해치우는 내 성격에 이리 조신하게 불 앞에 앉아 하루 종일 꽃과 한 마음이 되어 나를 덖는 일이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차를 덖으며 느림의 미학 안에 빠져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침잠의 시간을 갖는다. 제 몸의 수분을 오롯이 응축시켜 진액을 몸에 가두며 서서히 풀어 내는 정숙함이 경이롭다.
불 앞에서 내 뿔도 서서히 녹아내린다.
한 풀 숨죽어 천천히 덖어지는 차처럼 내 인생도 익어가야 하라라.
꼬박 이틀을 매달린 후 따끈한 찻물을 부어 잔뜩 긴장된 마음으로 차를 우려본다. 천천히 우러나는 연한 녹색의 엉겅퀴차, 매혹적인 주황 빛깔의 금계국 차, 조금 더 깊은 녹색의 뽕잎차 까지 골고루 제 빛깔과 깊은 맛으로 혀끝에 스며든다.
몇번을 우려도 그 빛깔이 우러나는 신비함!
익어간다게 이런 건가 싶다.
도구도 없이 땀방울로 이루어낸 어설픈 첫 솜씨이기에 느끼는 그 희열과 기쁨을 무엇에 비길까?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
자연에 묻혀 아무것에도 부대끼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자유로운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좀 더 나를 둥글어지게게 하는 것 같다.
코로나 19가 내게 준 선물에 감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카시는 그 분!
더 친밀히 그분을 닮아가기 원한다.
서서히 자연에 동화되며 이 곳에서 생활이 감사가 넘치기를 기도한다.
서녘 하늘에 걸린 보름달을 한 가득 가슴에 담으며 또 하루 상큼한 새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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