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조 은 미
몇 주일만에 볼 일이 있어 서울 집에 다니러 온다.
주객이 전도돼서 이젠 서울 집이 세컨하우스가 되어 어느새 익숙하던
도심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한 쪽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한 쪽은 소홀하기 마련이어서 서울집 뒷마당의 작은 화단은 그새 풀 천지가 되었다.
늘어진 뽕나무에는 오디가 새까맣게 익어 만지기만해도 우수수 떨어질만큼 농익었다.
다 떨어질까 아까워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오디부터 따서 단도리 하고 한숨을 돌린다.
닫아 두었던 거실의 화분에서 식물들이 내뿜은 텁텁한 공기가 숨이 막힌다. 환기를 시키고 둘러보니 그래도 명줄이 긴 녀석들만 남아서 그런지 그 와중에 꽃기린은 성클한 가시를 세우고 빨간 꽃까지 피워올리면서 주인의 무심함이 서러운지 볼이 부어있다.
그래도 죽지 않고 팔자대로 각자도생하여 살아준 녀석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여기 가도 저기 가도 내 손길을 기다리는 녀석들 등쌀에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삶에 이녀석들이 있어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