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세우며
조 은 미
지난 번 개 난동 사건으로 취약지대였던 측면의 울타리 연장 공사를 드디어 오늘 마무리 했다.
훨씬 아늑하고 안전한 것 같다.
경계는 무언의 금지구역이고 내 영역의 표시이고 때로는 구속의 의미도 있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안전지대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경계가 모호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성인이 된 자식 일에 너무 간섭하다 불화하는 경우도 허다 하고 아무리 무촌 지간인 부부간이라도 서로 최소한의 경계를 존중해주고 함께 가는 게 부부의 금슬이 오래 가는 비책이리라.
출가한 딸이나 분가한 아들이나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경계를 지켜주며 사니 특별히 싫네 좋네 말이 없이 구순하게 살아지는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쳐놓은 울타리에 갖혀 타인의 이목이나 체면을 너무 의식하여 내 삶이 경직된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그런 울타리가 있기에 평온한 내 삶이 유지되는 것이리라.
신앙이라는 울타리, 도덕이라는 울타리는 끝까지 놓치지 말고 살아야할 내 안전지대 이리라.
그러나 따스한 인연들이 머물 마음의 빗장은 늘 열어놓고 산다.
저마다 다른 사랑의 빛깔은 내 안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늘어뜨려
더 고운 빛깔로 반짝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