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조 은 미
뽕나무는 버릴게 하나도 없다.
오디는 피부 미용, 노화 예방, 혈액 순환에 좋고 강장에도 좋단다.
남자들은 강장에 좋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귀가 쫑긋 하지만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피부 미용에 좋다면 돌아볼 겨를도 없이 욕심이 생긴다.
칠흡 양재기나 넘게 딴 오디는 봉지봉지 나누어 냉동 보관하고 뽕잎순은 식초. 설탕. 간장. 소주. 물을 1대1로 배합하여 끓인 후 뜨거울 때 부어 장아찌로 갈무리 한다.
여주 지인의 집에서 끊어온 머위대도 껍질을 까 삶았다 조선 간장에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조물조물 무처 물 자작하게 붓고 부드럽게 무를 때 까지 뭉근히 익혀서 나물을 하면 얼마나 맛난지!
그 국물에 따끈한 밥 한술 비벼 먹으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머위도 고혈압, 천식, 항염, 면역력 강화, 뇌기능 보호, 치매 예방등 다양한 효능이 있단다.
조금만 바지런 떨면 몸에 좋다는 먹거리들이 자연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코로나 덕분에 집안 일 착실히 하고 있는 요즈음 뭘 만들어 놓아도 덥썩덥썩 먹어줄 식구가 곁에 없다는 건 참 신명이 안나는 일이다.
내 한 입 호사하자고 꿈적거리는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지내놓고 나니 시부모님, 시누이, 두 아이들 친정 부모님 9식구가 한 집에서 버글 거릴 때가 번잡하고 두루 신경쓸 일이 많고 마음 어려운 때도 많았지만 사람 사는 맛 나는 좋은 때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듯 요양병원에 계시는 친정 아버님만 달랑 한 분남으시고 시어른들도 다 돌아가시고 아이들 출가하고 난 후 빈 둥지만 지키는 나이가 되니 무상한 게 인생인가 싶으면서도 이리 건강하게 지켜주시는 날들에 새삼 감사가 넘친다.
내 남은 날들을 갈무리해야 하는 시간들!
남겨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기 위해 더욱 자신을 삼가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