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어울려 사는기쁨

조은미시인 2020. 7. 4. 16:58




어울려 사는 기쁨
조 은 미

주말에 외지에 사는 주인들의 전원 주택 불꺼진 창에 이집 저집 불빛이 환하게 켜지기 시작하면 평소엔 적막할 정도로 조용 하던 이곳 산골 마을도 활기가 돈다.

오늘은 윗집 다둥이 랑이 엄마가 묵은 김치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돼지 등뻐 넉넉히 넣고 농사 지은 알 굵은 햇감자 넣어 감자탕 파티를 한다며 몇이 어우러져 구슬 땀을 흘린다.

손발이 척척 맞는 젊은 댁네 몇이 들어서면 소도 잡을 듯 일들도 잘 한다.
어느새 나이 들어 부엌 일 차지도 안오지만 네다섯 식구 손님 치르는 일이 맥시멈 한계인 내 푼수로는 동네 잔치는 도무지 엄두가 안나는 일이라 그저 식객 노릇만 하려니 그도 참 미안한 노릇이다.

열댓 사람 동네 이웃들이 한자리 둘러 앉아 푹 무른 김치의 환상적인 맛에 절로 침이 고이는 감자탕을 앞에 놓고 소줏잔을 기울이며 주거니 받거니 하루 농사일의 피로를 풀고 훈훈한 정담을 나누는 시간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모두의 가슴에 따뜻함이 흐르는 행복감에 시골 사는 재미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전원 생활을 하려면 가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도 한번 초대해서 갚음을 해야 할텐데 많은 손님 모시기엔 모든 준비가 부족하여 아직 망설이고 있다.

나이 들었다고 따 시키지 않고 불러주는 젊은 사람들 마음이 고맙고 오는 정 가는 정으로 살아가는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사람이 밥으로만 사는 것이겠는가!
보름달이 환하게 뜨는 저녁 웃음소리도 창밖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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