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수확하는 날
조 은 미
감자 여나믄 포기 심어 놓고 언제 캐야 되는지 몰라 망만 보다가 도저히 궁금증이 나 오늘은 그예 시들시들한 줄기를 뽑는다.
긴징되는 순간!
그래도 너덧 개는 씨알이 꾀 굵은 게 땅에 구르고 올망졸망 감자랄 것도 없는 공깃돌만한 알감자가 달려 올라온다.
큰 벼슬이나 한듯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올라오는 감자알들을 산파가 아이 받듯 소중하게 받아든다.
어쩜 이리 신기한지!
한 양재기 턱의 수확을 거두며 굵은 감자 몇개를 골라 소금 약간 넣고 뽀얀 분이 나올 때까지 팍신하게 찐다.
남은 알감자는 조선간장과 진간장을 섞어 물을 감자가 잠길 정도로 잘박하게 부어 졸이다가 고춧가루, 파, 마늘, 설탕 좀 넣고 약불로 뭉근히 뜸들이며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졸인 후 물엿, 참기름으로 마무리 하여 조림을 해본다.
아니 감자가 요렇게 맛난 거였나?
태어나고 처음 먹어 보는 맛 !
한 자리서 일 년 농사를 혼자 먹어 치웠다.
전업 농부가 보면 그것도 감자 농사라고 코웃음칠 일이지만 혼자 하는 소꼽장 치고 이만한 놀이가 또 있으려는지?
내년엔 땅이라도 빌려 감자 농사를 지어야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