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집 생일잔치
조 은 미
어렸을 때 어른들 생신이면 이웃을 다 불러 조반을 함께 먹고 동네 잔치를 치르던 기억이 난다.
생일 뿐이던가 제사 지내고 나면 제삿밥도 집집마다 돌리는 풍습이 있어 누구네 제사라면 잠도 자지 않고 제삿밥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총기 좋으신 외할머니께서는 동네 생일이며 제삿날, 잔칫날들을 환히 꿰고 계셔 떡 해갈 집 술 해갈 집을 일일이 챙기시곤 하셨다.
동네가 모두 한 식구 처럼 지내며 그야말로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서로 격의 없이 지내던 시절 그래서 이웃 사촌이라고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하고 가깝게 혈육처럼 지내는 게 우리네 인심이었다.
오늘은 기와집 바깥분 생일이라 수므명 남짓 바베큐 파티에 초대되어 동네 잔치를 연다.
장어 굽는 냄새가 미각을 자극하고 두툼한 목등심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전문 냉면집 못지 않은 평양 냉면까지 주밀하게 준비한 안주인 솜씨에 감탄이 나온다.
주말마다 이런저런 일로 한 자리에 모여 밥상을 함께 하다 보니 이웃간에 식구처럼 정이 생겨 어려운 일이 있을때 서로 챙기게 되고 내 일 처럼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 일인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점점 삭막해져 가는 관계 속에 심장의 피가 따끈하게 도는 전원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나도 점점 이곳이 편안해지고 안주하고싶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원한 밤 바람이 살랑거리고 보름달은 휘영청 밝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