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사랑은 감자를 타고

조은미시인 2020. 7. 9. 13:41

사랑은 감자를 타고
조 은 미

멀리 집을 나갔던 개가 다시 집을 찾아오는 것은 귀소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 들수록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귀소본능의 발로 이리라.

고향이라는 곳은 언제나 배냇적 자궁처럼 늘 편안하고 머물고 싶은 곳인 것 같다.
나도 아주 낯모르는 고장이 아니고 고향이라 그런지 시골 살이가 그리 적막하고 팍팍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 중 토박이로 고향을 지키고 사는 초등학교 동창들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젊었을 땐 외지에 나가 살다가 은퇴 후에 다시 고향을 찾아 귀농해서 사는 친구들도 곧 여러명 된다.
그래도 아쉬운 때는 고향 친구들 덕을 톡톡히 보게 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만만하게 부탁도 하게된다.

며칠 전 내 블로그에 감자 댓개 캐서 신기하고 대견스러워 제법 감자깨나 캔 듯 감자 수확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더니 그것도 감자 캤다고 자랑하는게 웃으웠던지 마침 감자 캤으니 한 박스 들고 오겠단다.
내 감자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실하고 굵은 감자를 한 박스 들고 찾아온 친구의 마음이 너무 소중하고 고마워 서둘러 점심상을 준비하고 친구들을 맞는다.

정성스레 내린 양파 액기스를 들고 함께 찾아온 단짝이었던 또 한 친구와 셋이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친구와 술은 묵을 수록 좋다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가 늘어진다.

내 블로그 글을 읽고 남은 감자 반쪽이라도 햇감자 먹어보고 싶다며 농담조의 장난기로 간절함을 담아 댓글을 달았던 동호회 한 분 얼굴이 스친다.
이번 서울갈 때는 좀 덜어다 따끈하게 몇 알 쪄서 함께 나누어야 겠다.

사랑은 감자를 타고
무슨 연속극 제목 같아 혼자 웃는다.
사랑을 나누며 사는 일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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