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아침부터 가만가만 가랑비가 내린다
앞 산 패인 젖가슴 골을 타고 운무가 피어오른다
보일듯 말듯 가려진 속살!
신비함의 황홀경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뜨락에 가득찬 생기로움.
초록은 더욱 푸르고 빗방울 머금은
장미는 더욱 붉다.
아름다운 적막이 가져다주는 고즈녁함을 모짤트 바이올린 콘첼토 3번에 싣는다.
약간은 쓸쓸한 외로움에 따라 붙어 한 가닥 느껴지는 허기.
이웃집에서 갓 따서 가져온 애호박과 며칠 전 친구가 가져다 준 감자 송송 채치고 밭의 가지도 채썰어 매콤한 청양 고추와 고소한 건 새우 한 줌 넣어 전을 부친다.
자글자글 기름에 전이 익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채치고 버무려진 사랑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고소한 내음이 가슴을 채운다.
기름이 자르르 도는 전을 접시에 받쳐 한 입 베어문다.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빈 가슴 녹이는 따끈한 온기.
알싸한 매운 맛이 아리하게 혀끝을 감싼다.
혼자 먹기는 아까운 이 맛!
아직 이른 아침이라
누구를 불러대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비오는 날 혼자 내다보는 창밖이 가끔은 외로울 때가 있다.
부르면 금방 달려올 가까이 사는친구가 그리워지는 아침!
여전히 창 밖엔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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