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행복하게 하는 것들

조은미시인 2020. 7. 23. 00:23











행복하게 하는 것들
조 은 미

어디선가 친구가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재테크라는 말과 함께 우테크라는 말도 요즘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우리 나이 되고 보면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자식도 떠나고 부모도 돌아 가시고 때로 배우자도 빈 자리에 그래도 마지막까지 동행하며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건 친구밖에 없는 것 같다.

살아 오는 과정에 이런 저런 인연으로 가까운 친구들이 생기지만 여고 때 친구들은 한창 감수성 예민 할 때 함께 공유했던 추억들이 있어 특별히 더 정스레 다가온다.
실상 여고 때 같은 반을 했었어도 별반 이야기도 못해본 친구들인데도 지난 50주년 졸업 기념동창회에서 처음 만나 반창회라는 명목으로 뒤늦게 새로 만나기 시작한 모임이지만 50년이란 시간의 간격이 무색할 만큼 찰떡 궁합이 되어 모이면 서로 행복하여 또 하나 삶의 낙이 되고 있다.
나이 들어 만나니 서로 배려하며 작은 것이라도 베풀려는 넉넉함으로 만날 때 마다 풍성한 나눔으로 더 행복해진다.

오늘은 한달 전에 강화에서 팬션하는 친구가 초대한 날이라 며칠 전 부터 설레던 터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긴장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다행히 부슬부슬 뿌리던 비가 곧 멈추며 다니기 좋을 만큼 적당히 개여 날씨까지 받쳐준다.

마니산 주차장에서 만나 친구가 구석 구석 안내해주는 강화도의 명소들을 드라이브 하며 식도락을 즐긴다.
유명한 꽃게탕집에서 거하게 한 턱을 쏘는 주인장 인심에 고마워하며 맛나게 점심을 먹고 난 후 옛 조양방직의 폐공장 건물을 살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사람들의 인기를 모으는 조양방직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늘어진 수다에 까르륵 거린다.

교동도 전통 시장에 들려 꽈베기를 물고 시장 투어도 하고 저녁 주전부리 거리로 옥수수도 한 자루 사고 석모도의 석양에 취하면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그림같이 예쁜 카페에서 시원한 빙수로 더위를 식힌 후 친구네 팬션인 빈티지 박스에 여장을 푼다.
몽횐적이면서 동회 나라에 온 듯 깊이 있는 넉넉함과 편안한 컨셉의 인톄리어가 젊은 사람들을 사로 잡아 주 중에도 꽉 차는 객실을 우리를 위해 손님을 막아놓고 선뜻 내준 친구의 푸근하고 통 큰 배려에 모두 행복한 하루가 저문다.

수박 쪼개고 옥수수 한자루 삶아 놓고 둘러앉아 밤새 이어지는 이야기에 신선이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르는 경지를 경험하며 가슴 가득 행복을 담는다.

다음 날 돌아본 스폐인 마을도 그림같이 아름답고 갯벌장어의 고소함과 쫀득함으로 입이 호사한 점심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돌아오는 귀갓길 풍믈 시장에 들러 순무 김치 한 통씩 선물로 안기는 친구의 후덕한 인심에 고맙고 감사하며 강화 여행을 마무리 한다.

이 친구 저 친구가 서로 주머니 푸는 아름다운 배려 덕분에 더욱 즐거웠던 여행!
내가 준비한 작은 인견 마스크에도 모두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니 내가 더 뿌듯 하다.
누구는 나이 들어 대접 받으려면 입의 자크는 채우고 돈 주머니는 풀어놓고 살라던가?

서로 있음에 고맙고 감사한 친구들.
코로나 가운데서도 거머잡는 행복.
이런게 사람 사는 낙이 아닐까!
서로 배려하며 사랑을 나누었던 친구들 덕분에 행복했음에 감사를 전한다.
친구야 !
오래오래 건강하게 동행하며 살자.
기운 있을 때 자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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