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우정, 그 소중함이여

조은미시인 2020. 9. 11. 22:20


우정 그 소중함이여
조 은 미

손바닥만한 텃밭에 올망졸망 심었던 작물이 지난 장마에 다 녹아 끝물 가지, 토마토 따고난 후 진작 엎어 파장하고 김장배추, 무우 소꼽장 삼아 모종으로 열포기 남짓씩 심은 게 채 크기도 전에 벌레 한테 진상하고 나니 더 심을 마음도 없고 힘들여 기를 쓰고 심어놔봐야 먹을 입이 없으니 크게 재미도 없어 빈 밭
으로 놓이두고 바라만보고 있자니 이웃에선 연일 김장 무우 , 배추, 달랑무들 심느라 바쁜데 혼자만 베짱이 처럼 놀고 있는 것도 어딘지 물 위에 기름 같아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지만 시골 산다고 말하는게 좀 미안스럽고 편편치가 않다.

그리 그악스럽게 돌아서면 나던 풀도 요즘은 주춤하니 그나마 더 할 일이 없어진다.
단조롭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시골생활 속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는하루는 삶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오늘은 교직을 은퇴하고 고향에 내려와 사는 60년 지기 절친 초등학교 동창이 모처럼 놀러 온다해 아침부터 마음이 들뜬다.

냉장고에 반찬 될만한 것은 다 내놓고 찬 한가지라도 더 만들어 먹이려고 점심 두어시간 전부터 바지런을 떤다.
감자 호박넣고 된장찌개 끓이고 꽃빵 곁들인 고추잡채에 두부조림, 오징어 숙회, 콩나물 무침, 머웃잎 쌈, 깻잎찜 , 오징어 채볶음 등 한상 차리며 오랫만의 해후를 기다린다.
얼굴 보는 것만도 반가운데 고춧잎이며 목이버섯 , 새로 무친 고들삐 김치랑 맛있게 익은 열무김치에 소고기 주물럭 까지 챙겨 들고 들어선다.
친정 엄마라도 되듯 혼자 제대로 못챙겨먹는 줄 알고 봉지봉지 담아온 정성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친구만큼 따뜻하고 좋은 관계가 또 있을까!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는 것 만큼 행복한게 또 있을까!
나이들수록 친구가 많은 사람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오랫만에 입의 근육이 풀린다.
크게 웃어보는 것도 간만인 것 같다.
네가 내 친구여서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지!
오래오래 건강하자.
사는 날까지 그렇게 따뜻함으로 서로를 지켜주면서 함께 마주 보고 웃이주자.
내 좋은친구야!
오늘 해는 유난히 짧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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