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

조은미시인 2020. 9. 10. 13:56







코로나가 가저다준 선물
조 은 미

코로나 때문에 입에 재갈물리고 사니 손이 입을 대신한다.
매일 밥먹는 기능 외에 입을 쓸일이 별로 없으니 주변의 이름 모를 풀도 바람도 들꽃도 친구하자고 곁을 내어준다.

아침 일찍 깨어 둘레길을 걸으며 소근거리는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면의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하고 고마운지!
그런 시간은 하나님도 내 옆에서 동행해주심을 느끼며 감사한다.
자연과 함께 하며 날마다 토끼가 되어 간대신 심장을 꺼내 맑은 공기와 상큼한 바람에 거풍시키며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지는것 같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선물이라면 너무 역설일까?

같은 일상이지만 사랑을 가지고 바라보니 소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고 웬 할 말이 그리 많고 쓸거리가 넘치는지 온통 주변에 글감이 널려 쓸어담느라 손이 모처럼 바쁘니 마음도 부자가 되는 것 같다.

만날 사람도 찾아오는 이도 없으니 화장할 일도 없어 대충 세수만 하고 나서다 거울을 보니 왠 할머니 하나가 부시시한 얼굴로 앉아 있다.
너무 생경스런 내 모습에 모처럼 화장을 하고 다독인다.
생기가 돌고 더 기운이 나는것 같다.
집하고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 하지 않던가!
한결 엎된 기분으로 셀카도 한장 찍으며 혼자 웃어본다.
옛날 같으면 고려장해도 열 번을 더 했을 나이에 이러고 깔깔거리며 노는 내 모습이 좀 주책스러운건 아닌가 싶어 멈칫거려지기도 하지만 즐겁게 사는 게 남한테 해될 일이야 있을까 싶기도 하다.

보일 사람은 없지만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 늘 준비되고 정돈된 모습으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반짝반짝 윤기나게 가꾸며 살아가는게 나를 대접하며 사는 최선의 삶이 아닐까?
자존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참 아름답고 살만한 곳인 것 같다.
모든 존재에 소중함과 감사를 전하며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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