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딘톡에 친구가 딸네 집에 가서 딸이 해준 먹음직스런 단호박찜을 앞에 놓고 식탁에 마주 앉아 와인 잔을 함께 하는 행복한 사진이 올라욌다.
딸 넷에 아들 하나 다섯 남매 키울 때는 힘들더니 이딸 저딸 며느리까지 효도가 늘어져 시샘하듯 엄마한테 어찌나 잘 하는지 제일 팔자 늘어지게 사는 친구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마침 지난 번 친구가 보내준 단호박이 서너개 남아 당장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재료들을 꺼내 대충 비슷하게 흉내내 본다.
양파 다지고 쏘세지 맛살도 적당히 다진다. 어묵 남은 것도 썰어 넣고 파도 쫑쫑 썰고 청양고추도 동글동글 얇게 썰어놓는다.
계란 2개 풀어 소금 한 꼬집 넣은 후 썰어 놓은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단호박은 전자레인지에 4분 정도 약간만 익을정도로 돌린후 뚜껑을 잘라 속을 파낸 후 그 속에 계란물에 섞은 재료룔 넣고 치즈 가루를 뿌린 후 피자 치즈를 얹어 4분정도 더 돌려 익힌다.
치즈가 다 녹고 단호박을 젓갈로 찔러보아 잘 익었으면 꺼내 스테이크 소스 뿌려 꽃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썰어 놓으니 우선 비쥬얼이 고급 레스토랑 단품 메뉴처럼 그럴듯 하고 달달한 단호박 맛과 부재료와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이 어우러져 정말 상상 이상의 기대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맛이 완전 대박이다.
무슨 재료건 있는대로 응용해서 오리 고기든 돼지 불고기든 하다 못해 떢볶이든 빈 호박에 채워 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나만의 근사한 단호박 찜이 될 것 같다.
단호박이 없다면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예열한 후 반죽을 붓고 피자 치즈 얹은 후 그대로 구워내도 좋다.
니는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야 할까?
단호박 속을 파내듯 일단은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나이 들어갈수록 어느 자리에건 어른으로 유세도 하지 말고 고집도 내려놓고 내가 옳다 우기지도 말고 늘 향기로 채우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겸손과 사랑과 배려를 앞장 세우고 말은 줄이고 주머니는 풀며 살아가야 하리라.
어느 것이든 담고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되면 좋겠다.
해 넘어가는 석양길에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시간 이다.
어떤 재료를 넣어도 어울어져 속 재료들을 세워주는 그런 단호박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