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인생을 놀이처럼

조은미시인 2021. 9. 4. 16:02




인생을 놀이처럼
조 은 미

오랜만에 시골집에 내려오니 텃밭에 가지가 저 혼자 굵어  "나 좀 칭찬해줘요"하며 배를 내밀고 있다.
요녁석 자긍심을 한껏 높여줄 특별한  레시피를 머리로 굴리며 소꼽장난을 시작한다. 냉장고에 있는 푸성귀들을 꺼내 줄세우고 송송 다진다.
양파, 당근, 부추. 실파, 버섯, 청양고추.어묵까지 총동원하여 거든다.
가지를  3~4 cm 정도 굵기로  약간  도톰하게 동글동글 썰고 속을 파낸후 파낸 속도 다져 같이 집어넣는다.
계란 2개 깨뜨리고 소금 한 꼬집 넣어  잘 섞어 소를 만들어 놓고 가지에도 소금 한 꼬집 살랑살랑 뿌린 후 접시에 예쁘게 담고 소를 숟갈로 똑똑 떠서 파낸 가지에 채운다. 소를 넣은 가지 위에 피자 치즈 뿌리고 레인지에  3분 정도 돌려준다. 
치즈가 다 녹았으면 그 위에 케첩 한방울 씩  얹어 데코레이션 해주면  세상에나 이렇게 맛난 가지요리를 먹어 본 적이 있을까?

요리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늘 소꼽장 놀이처럼  생각하고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즐기려 노력한다. 시간도 잘 가고 생각지도 않은  환상적인 맛 으로 태어날 땐 희열마저 느낀다.  내 요리를  엄지 척하며  함께 먹어줄 사람이 있다면 기쁨은 배가 되고 행복은  따놓은 당상으로 절로 찰싹 달라붙는다.

인생도 소꼽놀이 하듯 즐기며 내 역활에 충실하게 사랑과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훨씬  재미나고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언제나 살아 있음이 감사하고 날마다 같은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특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시는 그분께 감사가 넘친다.
Sns에 쉬지 않고 일상의 흔적을 기록하며 나누는 행복도 내 삶에 빼놓을 수 없는기쁨이다.
행복한 사람 곁에는 언제나 엔돌핀이 전염된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이 에너지가 전염 되기를 소망한다.
혼자 엉덩이를 흔들며  눈 깜짝할 새 가지 한 접시를 비운다.
아! 산다는 건 참 재미롭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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