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유난히 하루가 긴 날 시간 보낼 소일거리를 찾는다. 뭔가 별스런 음식이 없을까 궁리를 하다 마침 묵은지 울궈놓은 걸 할용해서 김치 계란말이 김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어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를 둘러본다.
자색 양배추, 당근, 부추, 빨강, 노랑 파프리카, 실파.청양고추가 남아있다.
김치와 나머지 야채를 쫑쫑 다진 후 계란 8개를 흰자 노른자 나눠 놓는다.
흰자에 다진 야채와 밥 한 공기를 같이 넣어 소금 간을 하고 잘 섞어 준다.
계란을 예쁘게 잘 말려면 야채가 너무 많지 않게 유의 하고 될수록 작게 쫑쫑 써는게 좋다.
팬에 기름 코팅을 하고 예열한 후 계란 섞은 밥을 앏게 펴 약불에 천천히 익힌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밥을 말아 준다.
노른자도 소금 한 꼬집 뿌려 고루 섞은 후 앏게 펴
몇 번에 나누어 팬에 지지며 말아 준다.
약불에 불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기술적으로 잘 말아야하는 꽤 공이 가는 음식이다.
제법 예쁘게 말아진 작품이 나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각종 야채가 색스럽게 들어가 보기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고 맛도 좋아 한 끼 식사로 청양고추를 빼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조금만 수고 하면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좀 더 맛나고 볼품 있는 음식을 만들수 있는 기쁨에 늘 요리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서로 한데 얼려 조화를 이루도록 계란 처럼 둘둘 말아 포용할 줄 아는 넉넉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상처를 상처로 받지 않고 상대의 결점까지도 두루두루 말아 감싸 안으며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상대에 나를 맞추어 때로 오지랍을 넓게 펴 서로의 가슴에 서로를 말아 가면 멋진 조화로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계란의 고소함이 더해 어느새 접시가 비어간다.
비대면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여유를 잃어 가는 것 같다. 며칠 전 한 아파트에서 택배 끌차 소음이 시끄러우니 배달 후 10 kg이나 되는 빈 끌차를 손으로 들어 옮기라 했다는 어이없는 뉴스를 접하고 황당함을 넘어 어쩜 그리 이기적일 수 있을까 싶어 주민들에게 화가 나려 한다.
계란말이 김밥 처럼 서로 한데 얼려 서로의 결점을 감싸 안으며 계란으로 둘둘 말아가는 넉넉함으로 오손도손 고소하게 살 수는 없을까? 남이 아나라 나부터 그런 넉넉함으로 서보리라 다짐한다.
김치와 청양고추가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뭔가 한국적인 맛의 김치 계란말이 김밥 한 번 해드셔보시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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