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범사에 감사하며

조은미시인 2021. 9. 8. 11:29











범사에 감사하며
조 은 미

시골에서 살다보면 하루 종일 입이 말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말 벗 될만한 젊은 사람들은 직장 다니느라 바쁘고 연만해서 집 지키시는 어르신들은 별 볼일 없이 찾아뵙기도  조련치 않아 그저 소일거리로라도 일부러 일을 찾아 사부작 대다 바람도 친구 하고 구름도 친구  하며 유유자적 지내니  스트레스 받을 일 없어 좋고 때 되서 배 고프면 끼니 찾아 먹고 졸려우면 자면 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활에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나이 드니 나를 위해 채직질 하며 시간을 쪼개어 볶을 일도 없고 돈 벌어 식구들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도 없이 그저 내 몸 하나 건강하면 되니 오뉴월 개 팔자 만큼이나 상팔자가 늘어져 입꼬리가 절로 올라 가고 햇볕에  그을은 얼굴이 한층 더 건강미로 익어 가는 것 같다.

한 달 열흘 시징을 안봐도 텃밭의 상추며 가지, 깻잎이 텃밭에   너울거리고 냉장고 뒤져보면 뭐라도 먹을 게 굴러다니니  반찬거리 걱정 없고 시장 안가니 돈 굳어 좋고 도무지 걱정 거리가 없으니 오로지  주시는 은혜  안에 자족하고 감사하며 살게 된다.

무료한 중에  매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Sns에  글을 올리며 세상과 소통을 하고  벗들이 주는 격려와 응원의  댓글에 기쁨과  위로를 받기에 딱히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막바지 열정을 다해 울타리 지키며 피어 있는 장미도 사랑스럽고 온 뜨락을 애잔한 향수로 채우는 봉숭아의 수줍은 얼굴도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여름내 웬수여만을 내던 괭이풀도 앙증맞은 노란꽃을 달고 함박 웃음을 짓고 너무 성하게 뻗어나 언제나 퇴출 대상 1호이던 달개비도 용케 내 손끝에서 벗어나  숨었다 한창 보랏빛  꽃을 피우며 여전히 세를 과시하고 있다.
앙금을 떨어낸 화해의 몸짓에 나도 이제는 그 녀석들을 마주하고 웃어줄 여유도 생긴다.
비 그친 하늘이 유난히 곱다.

내가 재촉하지 않아도 딱히 붙잡지 않아도 계절은 스스로  정해진 순리 따라  제 갈 길을 가고 멈추어 머무른다.
  자연은 늘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게 한다.
조바심도 욕심도 비우고 있는 그대로  순리에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여유와  나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깨닫는 지혜와 겸손함을 선물로 준다.

아 감사한 날들이여!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소박한 축복이여!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행복의 도르래에 걸어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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