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쉬멍 놀멍 (제주 한 달 살이 여드레째 날)

조은미시인 2021. 11. 8. 21:07





































쉬멍 놀멍 ( 제주 한 달 살이 여드레째 날)
조 은 미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린다.
엎어진 길에 쉬었다 간다고 오늘은 집에서 뒹굴뒹굴 쉴 작정으로 느긋하게 샌드 위치로 맛나게 아침을 만들어 먹고 오랜만에 몸도 마음도 퍼진다.
모처럼의 휴식이 꿀같이 달콤하다.

서서히 하늘이 환해지는가 싶더니 비가 그치고 해가 든다.
그냥 있기는 너무 아까워 또 길을 찾아 나선다. 첫 행선지는 구암리 돌염전 이다.
인터넷에 문맹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네이버의 길 찾기의 안내를 누르면 네비양이 친절하게 목적지를 안내해 준다.
참으로 용감한 할매들!
가는 길에 만난 하나로 마트에서 일주일치 장도 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애월읍 구엄리 소금 빌레에 도착한다.

바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성난 파도라는 말을 눈 앞에서 실감한다.
포효하는 바다가 무섭기까지 하다.
뭐에 화가 났는지 노도 같은 거품을 토하며 큰 길까지 달려들어 분노를 쏟아낸다. 감히 무서워 가까이 닥아갈 수조차 없다.
그래도 인증샷을 찍을 욕심으로 차문을 여니 바람에 날려갈 것 같다.
넓은 화강암 바위에 거미줄처럼 황토 흙으로 담을 쌓고 바닷물을 가둬 햇볕에 말려 천일염을 얻는 재래식 방법으로 해방 전까지만 해도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하였던 염전 지역으로 특별히 소금의 질이 좋아 이 지역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 이었단다. 지금은 소금 만드는 체험을 하는 관광용으로 그 명맥을 어어나가고 있다.
올레길 16 코스가 지나는 구엄리에서 고내리까지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날씨 탓에 엄두도 못내고 아쉽게 돌아선다. 언제 꼭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다음 코스는 예정에는 없었지만 제주 드림교회를 방문하기로 한다. 마침 강동 온누리 교회를 섬기시던 이재정 목사님께서 담임 목사님으로 섬기고 계셔 오랜만에 만나 뵙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교회 건물이 너무 아름답고 성도님도
800 여분 되시는 중대형 교회로 자리 잡은 모습이 감사하고 은혜 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신창 풍차 해안도로를 달려 보기로 한다.
도중에 비체올린 카약 파크 팻말이 보여 잠깐 들아가 보았다.
꾀 넓은 부지에 아름답게 꾸며놓은 물놀이 테마 파크였다. 아이들이 오면 좋아할 것 같다.
경로 우대 활인가는 30분에 12000 원으로 카약을 탈 수 있다니 날 좋은 날은 다시 한번 들려보리라 찜을 하고 아름다운 신창 풍차 해안도로를 경유해 집에 돌아온다.

돌아 올 집이 있다는게 이토록 행복한지!
늘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나서지 않아도 처음 한 군데 찜을 하고 그 근방 갈 곳을 검색하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네비 덕에 마음놓고 제주의 속살을 훑고 다니는 자유로운 방랑의 길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날마다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하루하루 새 날이 기대된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 하루 살아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삶!
짐을 내려 놓으니 이리 편안하고 가볍다.
한 치도 내 길을 굽거나 펼 수 없으면서
왜 그리 동동 거리고 살았는지!
단칸 방에 족하고 한 두가지 음식에 더 바랄 수 없이 행복하다.
부족한 가운데 이처럼 넉넉하고 여유롭고 행복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을까!
날마다 감사가 넘치고 자연 앞에 겸허해진다.
오늘에 족하며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함께 할 친구가 있어 더 고맙고 행복하다.
어느새 바람도 멎었다.
내 일기를 기다리시는 모든 분들께 굳나잇 인사를 드린다.
내일도 여전히 해는 동쪽에서 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