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봉 지질 트레일, 방림원 탐방 (제주 한 달 살이 열흘째 날)
육지에 첫눈이 왔다더니 한라산에도 첫눈이 왔다는 뉴스 보도를 접한다. 이 곳 협재는 아침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분다. 비오는 날은 나서기도 난감해 아침 점심을 집에서 착실히 챙겨 먹고 모처럼 뒹굴거린다. 오후가 되니 서서히 비가 걷히고 해가 난다. 틈새 시간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차려 입고 나선다.
지난 번은 수월봉 전망대만 둘러본 터라 해안도로를 따라 차귀도까지 1.6 km, 1시간 정도의 지질 트레일 길을 걸어 보기로 한다. 파도가 제법 높긴 했지만 해안 절벽을 따라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 지층 속에 시루떡처럼 켜켜히 쌓인 퇴적암이 길게 이어지는 신비한 길을 간간히 파도가 부서지는 포말을 맞으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노란 소국이 절벽을 따라 군락으로 피어 있고 억새가 너울 거리는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환상 그 자체 일만큼 벅차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터질 듯 행복하다.
낙조가 특히 아름답다는 차귀도가 손 뻗으면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특이한 지질 구조로 인해 화산학을 연구하는 귀중한 교과서의 역활을 하는 이 곳은 유네스코에서 세계 지질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어머니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수월봉 절벽에 있는 오갈피 나무를 구하려다 수월이가 떨어져 죽어 녹고가 흘리는 눈물이라는 남매의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녹고물이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특이했다.
다음 코스는 한경면 용금로에 위치한 세계 야생화 박물관인 방림원이다. 방림원은제주 저지 예술인 마을 내 4000 여평의 대지에 방한숙 원장이 40여년간 활동한 야생화 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조성한 야생화 정원이다. 방한숙 원장의 성씨인 "방"자와 남편 되시는 임도수 님의 "임"자를 따 방림원이라 이름지었다 한다.
외국의 들꽃과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테마별로 분경하고 야생화 정원으로 심혈을 기울여 가꿔오며 일반에게 공개하여 아름다운 정원으로 그 명성을 얻고 있다.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곳곳에
느껴지는 야생화의 보고이고 참으로 따뜻하고 정감있고 푸근하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정원이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개인이 어쪄면 이렇듯 아름다운 정원을 가꿔낼 수 있을까?
참으로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곳들을 둘러보며 정말 멋지게 사시는 분이 많구나 싶어 경탄을 금치 못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만큼 날로 날로 내 마음도 아름다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오늘도 감사의 두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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