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이중섭 미술관, 허니문 하우스 카페 (제주도 한 달 살이 열이틀 째 )

조은미시인 2021. 11. 13. 05:41










































이중섭 미술관, 허니문 하우스 카페 (제주도  한 달 살이 열이틀 째 )
조 은 미


고향 초등학교 동창 절친이 8년전 제주도에 작은  아파트를 사놓고 고향과 제주를 오가며 터를 잡고 사는데  마침 제주도에 머무는 터라 서귀포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숙소에서 좀 쉬겠다는 친구를 놔두고 혼자 나선다. 아직 길을  혼자 나다니는 건 조금 부담이 있지만 이젠 운전도 어느 정도  손에 붙고  길도 눈에 익어 다닐만하다. 타지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게 왜 이리  설레는지!
한 시간여 달려 반갑게 해후를 한다.

점심에 맛난 전복 해물탕을 대접 받고 서귀포에 오면 꼭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이중섭 미술관을 찾는다. 친구가 미리 예약을 해놓은 덕에 기다리지 않고 쉽게 들어갈 수가 있었다.
  입장료는 무료인데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으면 현장 입장이 어렵다.

1916년에 태어나 40 세의 젋은 나이에 요절한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직접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더 흥분되고 감동이 있었다.

6.25 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혹독한 가난에 맞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예술 혼을 불태웠던 중섭이 실제로  거처했던 작은 방을 돌아본다. 옹색하기 그지없는 한 평 반이나 될까 말까 한 단칸 방에서 4식구가  1년여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기거하며 살았을 걸 생각하면 얼마나 사는 것이 팍팍 했을까 ?
그 가난한 살림 살이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어려운 살림을 견디다  장인 어른의 사망으로 인해  유산 상속과  관련하여 가족들을  일본으로 먼저 들여보내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견디기 힘든 외로움을 그림으로 달래며 지냈을 비운의 천재화가 중섭에  대해 인간적인 진한 연민이 느껴져 가슴이 찌르르 해온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원산을떠나 1951년 1월 초순 일본인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서귀포로 피난와서 1년간  살다가 1952년 가족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ㅣ953년 가족과 일본에서 극적인 상봉을 한 후 일주일만에 돌아와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 하고 1956년  영양부족과 간장염으로 9월 6일 서대문 적십자  병원 무료 병동에서 만 4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다.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참으로 놀라와 참호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판자집 골방에서 콩나물 시루처럼 끼어 살면서도  대폿집  목로판에서도  부두에서 짐을 부리며 쉬는 참에도 그림을 그렸다 한다. 심지어는 캔버스나 스케치 북이 없어  담뱃갑  은지에도 그림을 그렸다니 천재화가의 남다른 면모가 느껴진다.

마침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컬렉션 12점의 기증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더 의미 있는 관람이 되었다.
부인 야마모토 마사꼬에게 보냈다는 엽서화 몇  점과 담뱃갑에 그렸다는 은지화  몇 점, 해변의 가족, 현해탄,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한 선으로 묘사된 대상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 당긴다. 밝은 아이들 표정에서 어두운 시대를 살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중섭의 따뜻한 인간성이 느껴진다.
소의 그림에서 보는 강렬한 색체와 생동감은 어려운 환경이 결코 중섭의 예술적인 갈망과 끓어 오르는 열정을 잠재울 수 없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옥상에 오르니 중섭이 그렸던  "섭섬이 보이는 풍경"이 눈 앞에 그대로  펼쳐진다.
내가 그림 속에 들어 앉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중섭 거리를 걸으며 예쁜 가게에서 마다해도 굳이 기념이라며 둘이 같은 스카프를 골라주는 친구의 마음 씀에 코끝이 찡해진다.

서귀포 Kal 호텔 근처  바다가 바로 보이는 너무나 경치가 아름다운 허니문 하우스
카페에서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에 추억을 녹이며 마주 바라보는 웃음 속에 행복이 남실된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것으로  행복한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집에서 기다릴 친구가 걱정할까 염려되어
서둘러 나선다.
모두 고마운 친구들!
늘 든든한 사랑의 울타리 안에 살게 하심을 감사한다.

석양을 받으며 돌아오는 귀갓길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마음이 따사로웠던 하루!
사랑하며 사는 것  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있을까?
서로의 기쁨이 되어 살아가자.
누군가의 따뜻한  가슴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