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주일 예배를 다녀오면서 텅 빈 오후를 맛나게 요리할 거리를 찾는다.
며칠 전 여고 단톡방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온 친구가 올린 영화 정보를 보고 한 번 가봐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주일 오후 시간을 영화 감상에 몰빵 하기로 하고 강동 메가박스로 향한다.
나이 들어가면서는 혼자 잘 놀 수 있어야 덜 외롭다. 모처럼 여유로운 오후 화진포 명태 막국수로 에피타이저를 즐기고 영화관에 들어선다.
세상에! 관객이라곤 뒤쪽에 앉은 한 커플을 제외하곤 나 한 사람 뿐이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름도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처음 시도한 뮤지컬 영화로 79회 골든 글러브상 3관왕을 거머진 유명세가 붙은 영화라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낯익은 제목의 이 영화는 1957 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을 원작으로 1961년 영화로 처음 제작되어 아카데미 10 관왕을 석권했던 히트 영화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번에 스필버그 감독이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화제가 되어 세인의 주목을 받으며 우리 나라에 1월12일 개봉되어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는 영화 이기도 하다.
허기사 돌비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극장에서 제대로 감상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코로나 덕분에 이리 좋은 영화도 황금같은 휴일 시간 대 텅텅 빈 극장에서 호사를 누리며 안심하고 영화를 즐기는 반사 이익도 누린다.
장장 156분간의 긴 시간을 영화에 빠져
젊은 청년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화려한 춤, 노래, 가슴 찡한 스토리에 정말 진한 감동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957년 뉴욕 할렘가의 전통 하층민 계층인 백인 갱단 제트파와 프에토리코 난민 샤크파 사이에서의 구역을 지키기 위한 세력 다툼의 갈등과 대결의 박진감 넘치는 스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하층민 젊은 세대들의 꿈을 잃은 현실에서의 좌절을 고발하는 사회적인 경종의 메세지, 그 불행 가운데서도 갱단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려는 제크파 두목인 토니와 사크파 두목 여동생인 마리아 사이의 목숨을 건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세익스피어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케 했다.
여주인공 마리아 역의 신예 배우 레이첼 지글러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미모와 상대역인 토니역의 안센 엘고트의 우수 어린 깊은 눈은 내 가슴의 말라버린 사랑 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 이 나이에도 그런 멋진 남자와의 턱없는 사랑을 꿈꿔보며 대리 만족의 안타까움과 행복에 젖어본다.
영화 감상 후 오랫만에 절친 문우 몇 사람에게 번개를 띄운다.
미리 약속 하지 않은 만남이지만 열일을 제치고 총알같이 달려와 함께 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오랫만에 회포를 풀며 맛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따끈한 생강차로 못다한 정담을 나눈다.
사랑하며 산다는 건 참 따사롭고 행복한 일이다.
혼자도 잘 놀고 더불어도 잘 놀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오늘도 축복받은 삶에 감사한 하루를 더 한다.
쌀쌀한 저녁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오는 골목길의 불빛마저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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