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몹시 힘이 들거나 마음을 졸이는 일을 만났을 때 점잖은 말은 아니지만 뚱줄이 탄다는 표현을 쓴다.
곤욕스럽고 난감한 일에 직면했을 때 이 처럼 적절하고 실감나는 말도 없을 것 깉다. 참으로 십년 감수하며 똥줄이 탓던 엊그제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머리끝이 쭈뼛 설 것만 같다.
강릉 다녀오던 날 오후 3시는 되어 서울 에 도착했다.
서울 집으로 보내야할 택배가 착오로 시골집 주소로 배달이 되어 오래 되면 상할 것같아 5시는 넘어 택배 단도리를 하러 시골집을 다녀와야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20여분 쯤 달렸을까?
해가 짧아 그새 어둑어둑해진다.
경춘 고속도로 접어들어 2차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차에 빨간 Stop 경고등이 켜지더니 엔진 점검하라는 싸인이 뜬다.
무슨 일일까 염려는 되면서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형편이라 속도를 늦추어 달리는데 갑자기 차가 울컥 울컥 하더니 그대로 멈춰 선다.
순식간에 내 뒤로 차들이 늘어서 주차장이 되는가 싶더니 사작에서 빵빵거리기 시작한다. 너무 난감하고 당황해서 어찌할바 갈피를 못잡고 마음만 허둥거려진다. 비상 깜박이를 켜고 다시 시동을 켜 가속 페달을 밟으니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몇m 못 가 또 울컥 거린다. 그래도 다행히 구리 쪽으로 빠져나오는 갓 길에 들어서 출구를 나와 다시 되짚어 서울로 방향을 잡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간신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온다.
정말 내가 평생 불러본 하나님 이름 보다 더 많이 하나님을 부른 것 같다. 하나님 도와주세요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필사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린다.
그래도 집에까지 진땀을 흘리며 무시히 돌아외 주차장에 차를 넣고서야 한숨을 돌린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온 몸이 얻어 맞은 듯 아프고 어깨까지 뻣뻣해 온다.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청할 분이 계시다는게 얼마나 든든하고 위로가 되고 감사한일인지! 신앙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떤 것 보다 내 삶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나를 나 되게 하시고 위기의 순간에도 끝까지 지켜주시고 피난처가 되어주시는 그분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린다. 고속도로에서 멈춰 서 큰 사고로나 이어졌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해진다.
똥줄이 타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도 내가 넘어지지 않음은 오직 그 분을 신뢰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리라.
다음 날 동네 정비센터에서 응급 조치를 취하고 푸조 써비스 센타에 전문적인 점검을 받으러 차를 맡겼다.
주유 분사구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난 사고였던 것 같다.
우리 인생도 문제가 터지기 전 미리미리 점검해보고 고쳐야할 것은 고쳐가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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