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며칠 방콕 신세에 우울이 혀 내놓고 낼름거리는 날 퍼들 퍼들 살아 바다 냄새가 짭조름히 씹히는 기장 미역 한 오가리 물에 불려 참기름에 달달 볶아 뽀얀 국물 바특하게 우려내 속까지 지져낼 것 같은 뜨끈한 미역국 한 냄비 넉넉히 끓인다. 잘 익은 김치 한 보시기 꺼내놓고 우울도 한 술 같이 말아 후후 불어 가며 훌훌 넘긴다. 이런 날은 미역국이 이상스레 땡긴다. 생일 날이면 엄마가 끓여 주시던 진한 향수가 배어있는 미역국 한 그릇에 가끔 생뚱맞게 찾아 오는 외로움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힐링을 느낀다.
아 얼마나 맛난지! 혀끝에 감도는 고소한 감칠 맛이 입에 짝짝 붙는다.
과천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상쾌한 바람이 코에 걸린다.
콧바람만 쐬도 기분이 날아갈 듯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
아무 때고 의기 투합해서 만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이고 고마운 일인지!
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서로의 숨구멍이 되어 행복을 더하며 살아감에 감사한다.
오늘은 의왕시 백운 호수 근처 선일 목장의 넓은 야외 식당에서 정말 맛있는 불고기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환상적인 실내 식물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껏 입과 눈이 호사를 한다.
겨울을 잊은 듯 가지각색의 꽃들이 눈을 현란케 한다.
음식점이 단순히 밥 먹는 곳의 역활에서 점점 진화해가는 것이 요즘 트랜드인 것 같다.
마음이 즐거우면 엔돌핀이 솟아 천연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 퇴치에도 일조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음식 값도 착하고 아름다운 꽃들에 둘러싸여 힐링할 수 있는 좋은 장소로 강추하고 싶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절을 지내며 (0) | 2022.02.02 |
---|---|
또 다른 나를 찾아서 (0) | 2022.01.27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와서 (0) | 2022.01.17 |
똥줄 타던 날 (0) | 2022.01.16 |
유산 상속 (0) | 2022.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