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남으로 난 거실 창의 가로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북쪽의 가로수 벚꽃은 꽃몽울이 아직 필동 말동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햇살 한 끝이 마주 보고 서 있는 같은 벚나무인데도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예외 없이 그렇다.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도 큰 것 가지고는 서로 선후가 분명하고 경계가 확실하니 다툴 일이 없지만 작은 것 하나에 정이 나기도 하고 서로 서운해 담을 쌓고 웬수가 되기도 한다.
작은 배려가, 작은 사랑의 표현이 관계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다.
시골 집에도 골이 깊어 봄귀가 더딘지 온천지에 개나리, 벚꽃이 늘어졌는데도 햇살 한 끝 모자라니 아직 가슴을 열기엔 때가 이른 것 같다.
오늘 텃밭에 상추, 쑥갓. 아욱, 취나물 씨를 뿌렸다.
손 끝에 닿는 흙의 감촉이 편안하고 부드럽다.
조금 부지런한 작은 차이가 좀 더 일찍 풍성함을 선물해 주리라.
푸성귀 푸릇하게 자라는 날 벗들 불러 모아 조촐하게 정갈한 식탁 차려놓고 한 끝 차이의 행복 안에 머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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