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며칠 화사하던 벚꽃이 한 줄기 비바람에 그새 다 떨어지고 연두빛 싱그러움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렇게 가슴을 헤집어 흔들어 놓고 몽환 속을 헤매게 하더니 땅에 떨어져 뭇 사람들 발에 밟혀 천덕 꾸러기가 되는 꽃잎을 보니 그 좋던 하시절도 잠깐이고 눈 뜨니 사라지는 꿈인양 허망함이 느껴진다.
꽃잎 떨어지니 뒤미쳐 씨방을 채우고 키워낼 새잎이 돋는다.
잎이 피고 꽃피는 게 순리련만 뭐가 그리 급해 꽃부터 먼저 피워 냈는지?
우리는 살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 더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하여 급하게 꽃피우려 조바심치며 정작 열매 맺는 인내의 과정은 소홀히 하면서 꽃만 탐하는 우를 범하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헛된 욕망의 굴레를 쓴 노예가 되어 꽃자리만 찾아 헛 꿈 속에 허우적 거리다 허무함만 남는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뼈마디 풍성함으로 가려주고 소중한 열매를 키워가기 위해 말없이 뒤에서
자리 지키며 햇빛 받아 자양분을 만들어 공급해 주는 잎도 꽃만큼 아름답다.
신록은 신록대로 초록은 초록대로 단풍은 단풍대로 잎 떨군 나목은 나목대로 시절에 따라 아름답게변해가는 잎처럼 우리도 나이에 걸맞게 때를 따라 익어가자.
비록 꽃 피우던 그 시절은 지나갔지만 지금 내 모습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때임을 기억하고 이제 서서히 내가 서야할 자리를 분별하며 벌려놓았던 일들 다독거려 마무리하면서 머물던 자리도 아름답게 자신을 다스리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리라.
아침에 눈뜰 땐 설레이는 기대로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누울 땐 하루를 무사히 지냤음에 감사하자.없는 것을 불평 말고 현재 가진 것에 자족하며 감사로 채워가는 삶은 꽃진 자리에서도 꽃처럼 아름다운 잎이 피어난다. 꽃이 졌다고 서러워 말자. 푸른 잎으로 섰던 삶도 소중한 내 몫의 삶이었음을 감사한다. 제 때를 다하면 곧 낙엽이 되어 떨어지겠지.
내 인생에 겨울이 오는 날 낙엽 마저도 아름다운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나무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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