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소통 안에 누리는 행복

조은미시인 2022. 10. 17. 23:05

소통 안에 누리는 행복
조 은 미

코로나 이후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학교 수업이나 회의가 줌으로 이루어 지고 교회 예배까지도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예배로 시스템이 바뀌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당연히 일주일에 한 번씩 집집마다 방문하여 돌아가며 드려지던 순예배도 화상을 통한 줌예배로 바뀌었다. 대형 교회에서 그나마 개인적인 교제가 이루어져 친밀함으로 끈끈하게 묶어주던 순예배가 줌으로 바뀌면서 한구석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공동체 구성원간의 소통이 인터넷을 통한 가상 공간에서도 가능하겠지만 현장에서 보는 스포츠 경기나 음악회처럼 생생한 감동을 줄수야 있겠는가?

코로나 방역 통제가 어느 정도 풀려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둔촌동에 있는 '디자인 허브 카페'에서 대면 예배로 모이는 날이다. 보고 싶었던 반가운 얼굴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골목 골목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름해보이는 빈티지풍의 외괸과는 달리 수수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모임 공간 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로 인근에서는 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카페였다. 1층의 큰 방은 대여 비용 따로 없이 음식만 주문해도 10여명 정도는 넉넉히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도 모임을 위한 분리된 공간들이 여럿 있었다. 하나 둘씩 순식구들이 도착했다. 모두 반갑다. 스파게티, 피자 , 떡볶이. 김밥 , 떡꼬치등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서 풍성한 식탁을 함께 나눈다. 나온 음식이 하나 같이 다 맛이 있었다.

식사 후에는 간단한 예배와 나눔으로 진행되었다. 가상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넘친다. 벽 보고 이야기 하는 것 같던 독백 수준의 대화가 물속의 살아있는 물고기 처럼 펄떡 거린다. 사람의 눈을 마주하고 입을 보면서 이아기를 하는 것이 이다지도 감동스러운 일이었던가? 이야기의 봇물이 터진다.심장과 심장이 통하는 따스함이 흐른다. 오늘의 주제는 깨어진 관계에서 회복을 경험했던 일상에 대해 나누는 것이었다. 각자의 삶속에서 경험했던 아픔들을 극복한 사례를 진솔하게 나누며 서로에게 깊은 공감과 친밀함을 느끼고 한 공동체 가족으로 애정을 느낀다. 공감은 소통의 기본적 필요 조건이다. 한집에 살아도 서로 공감 지수가 낮은 부부는 그야말 로 남보다 못한 삭막한 관계가 된다. 친구 사이도 서로 공감해줄 때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더 깊은 우정을 이어갈 수가 있다. 공감은 관심과 애정으로 확장되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몇 십년을 만나도 그저 겉으로 인사만 나누는 사이 있는가 하면 짧은기간 만나도 속사정을 터놓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있다. 소통이 원활히 잘 이루어 지는 관계는 공감대의 교집합 영역이 넓다. 서로 진솔하게 신뢰가 구축되면 마음을 열고 상대를 허용하게 된다. 마음을 여는 데는 외적 환경과 분위기도 중요한 역활을 한다. 무엇보다 친밀히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뜻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면 소통의 부재로 인한 관계의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상처를 안으로만 쌓으면 몸도 마음도 병이 생긴다.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치유의 가장 기본적인 해결의 열쇠다. 건강한 인격들이 모여 서로 진지한 공감이 교감될 때 내 안의 쓴 뿌리가 치유될 수 있다. 쓴 뿌리가 뽑히면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난다. 성숙하지 못한 집단에서 내면의 상처를 나눌 때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들어 주는 이도 같은 아픔을 느끼며 들어 주고 순예배서 나눈 이야기는 절대 함구하는 성숙한 인격을 갖도록 해야할 것이다.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상대는 위로를 받는다. 나누는 이도 진솔하게 상처를 드러낼 때 객관적으로 내 문제를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면 해결책이 쉽게 눈에 보이게 된다. 내 주변에 상처를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울타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훈련된 신앙인들의 모임이 그래서 꼭 필요하고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런 역활을 감당하는 순예배의 유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나눔으로 삶이 더 풍성해지고 상처를 위로 받고 기도로 힘을 얻게 해주는 순예배가 있어 내 삶은 늘 건강한 기운으로 넘친다. 감사하며 사는 삶, 언제나 내가 놓치지 말고 붙잡고 나가야하는 내 삶의 다림줄이다. 소통의 기쁨이 주는 행복 안에 거하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교화와 순식구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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