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익어간다는 것

조은미시인 2022. 10. 21. 08:01

익어간다는 것
조 은 미

오래 묵을수록 장맛이 깊어 지듯이 사람도 잘 익어가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기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감동이 된다. 꽃이 예쁘다 하지만 짙어가는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

오늘 강동 온누리 교회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남이섬으로 야유회를 가는 날이다. 날씨가 다행히 바깥 나들이 하기에 딱 알맞다. 하늘도 맑고 더 없이 푸르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처음 갖는 행사이다. 언제 만나도 푸근한 미소의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세월의 깊이만큼 잘 숙성해 가고 있는 시니어 회원들! 살아온 경륜이 오랜 신앙 생활에서 오는 사랑과 어울어져 편안한 모습들이다. 미국에서 온 친구 부부도 초대하여 함께 합류했다. 회원도 아니지만 모두 반겨준다. 교회 어른들 행사라고 이준호 담임 목사 , 김병조 부목사 , 조중희 간사까지 섬겨주기 위해 동행해 주었다. 버스 탑승한 후 간단한 예배를 드리며 출발했다. 간식도 한 보따리 풍성히 나눠 준다. 한 시간 쯤 달려 가평 아침고요 수목원 근처의 임초리에 있는 기와지붕을 얹은 옛골이라는 멋진 식당에 닿는다. 잣두부 전골과 쭈꾸미 볶음으로 맛난 점심 식사를 했다. 바로 옆의 카페에서 우아하게 커피까지 대접을 받는다. 목사님과 간사님께서 직접 커피 배달 서비스 까지 해주며 섬겨 주심에 얼마나 감사한지. 마침 근처 별장에 내려와있는 친구와 통화가 되어 잠깐 얼굴을 보러 식당으로 왔다. 미국 친구와는 졸업 후 오십년이 넘어 처음 만나는 터라 더 감동이 있는 해후였다 . 소녀 시절로 돌아가 헤퍼지는 웃음이 가을 햇살 속을 난다. 뜻하지 않게 만나니 더 반가웠다.생각지도 않은 보너스 였다.

남이섬에 도착하니 한창 나들이 철이라 사람들로 붐볐다. 배를 타는 일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몇 번 다녀온 곳이지만 가을이 익어가는 남이섬은 어디를 눌러도 한폭의 그림이다. 자유스럽게 흩어져 여기저기 산책하며 한가롭게 가을 속에 하나 되는 행복함을 누린다. 아름다운 자연에 서면 창조주의 위대한 솜씨에 겸허한 마음이 되고 감사로 벅찬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 있음이 감사하고 두발로 건강하게 다니며 누릴 수 있음이 감사하다. 3시 30분에 모여 돌아오는 길은 아직도 해가 남았다. 한 가방씩 챙겨준 간식은 무거운 채로 있다. 대가없이 섬김을 받으며 교회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를 드린다. 어디서나 대접 받는 나이에 부끄럼이 없도록 잘 숙성한 향기를 나타내며 살아가는 삶이 되어야겠다 다시 마음을 다져본다.

서울에 도착 후 강동 아트센타에서 열리는 강동 문인협회 주최 동판화 시화 전시회와 연극제에 참석했다. 결실의 계절, 문학 단체, 예술단체 마다 풍요가 익어간다. 가을이 깊어가는 저녁 시향과 문화의 향기에 젖어 보는 여유로 감성이 촉촉해진다. 서울 시민 연극제 대상 수상 작품인 '바다로 가는 기사들' 이란 연극 까지 보고 집에 돌아온다. 아직 체력이 받쳐줌이 감사하다. 그림같이 아름답고 배려와 사랑으로 따뜻하고 행복했던 하루. 또 하나의 보석 같은 하루를 인생 여정의 목걸이에 꿴다. 날마다가 마지막 구슬인 것처럼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 보면 언젠가 내 생의 목걸이가 완성 되는 날 영롱한 빛갈로 남아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리움으로 기억되겠지. 소풍왔다 잘 놀다가는 감사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향기로 익어가자. 이제 서서히 피곤이 몰려온다. 오늘도 좋은 날 주심을 감사하며 자리에 눕는다. 내일은 내일대로 또 다른 밝은 태양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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