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공감 속에 누리는 행복

조은미시인 2022. 10. 23. 13:03

공감  속에 누리는 행복
조 은 미

  토요일 오후  꼭 참석해야되는 모임이  2건이나  있었다. 시인시대 출판기념회와 하정열 화백의 개인전  개막식이다.  시인 시대에서 축하 순서로 하모니카 연주와 시낭송을 부탁받았다. 하모니카 배운 이후 내가 속한 단체에서는 몇 번 연주를 했지만  출장 연주 초청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 되었다.  '숨어우는 바람 소리'를 연주했다. 앵콜 소리가 터져나온다.  앵콜곡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즉석에서  '내 고향 남쪽 바다'를 연주 했다.  한두 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 하더니 어느새 곧 합창으로 이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감동이었다. 전문 연주가도 아니고 아마추어 수준의  미숙한 연주였지만 함께 공감해주는 시인들의 감성이 고맙고 감사했다. 같은 마음으로  하나 되는  따사로운  서정이 가슴을 채우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늦게라도 하모니카를 배운 보람이 있었다.이어서 시낭송도 무사히 끝내고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모두 연만하신 분들이 회원으로  참석해 있었다. 너무 난해해  시가 점점 대중과 유리되어 가는 현대 시의  파고 속에서  전통적인 시의 명백을 붙잡고 문단을 지키는 어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점심 후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에서 시인이며 화백이신 하정열 장군의 제 26회 개인전 개막식을 찾았다. 전시는 10 월 21일에서 31일까지 계속 된다. 가까운 지인들이 초청되어 열리는 개막식에  특별히 초대해준 호의에 감사드린다.  골목 골목  헤집고 찾아간  전시장에  들어서니 하장군께서  밝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반겨 준다. 아는 사람도 없어 생소한 자리에 뜻하지 않게  대학동창을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한결 자리가 편안해진다.  아직 청년 같은 열정으로 26회나 되는 개인전을 여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장군이란 어휘에서 느껴지는 엄격함과 경직된 군인 이미지  대신 부드러운 성품과 인격에  작품 못지 않게  매료된다. 우크라이나 음악가가  나와  개막식 축하 연주를 했다.   연주 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사랑의 모금을 하는 순서를 기졌다.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하며 더 큰  감동이  인다.  개막식 후 전시된  그림을 화가 자신의  자세한 작품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40 여점이 넘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 번 전시회에서 본 낯익은 그림들도 있었다.  하 화백의 성품처럼  그림이  모두 따뜻하고  온화하고 부드럽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그림과  어둠까지도 감싸안는 색의  조화는  희망과  세계 평회를 염원하는 하 화백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주의 넓은 상상의 세계로  날개를 펴며  신비함에 빠져든다.  우주 그림 앞에 서면 왠지 마음이 평화스러워진다.

  초청 인사중에 70년대를 풍미했던 유명 대중가수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소탈한 목소리로 늘 이웃집 아저씨  같이  친근감이  가는 노래를 불러 특별히 그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오래된 지인을 만난 것 처럼 반가웠다.  인기를 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사석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할  것 같아  우정 앞에 가 팬이었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한 컷  같이 찍어 줄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잠깐 눈인사만 건넬뿐이다. 활짝 웃고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떫은 감 씹은 그의 표정에  결례를 했나 싶어 순간 아는 척 한게  후회 되었다. 늘 서글서글하던 그의 표정만 화면에서 익숙하게 보아 오던 터라   낯선 그의 무표정이 적잖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처음  보더라도 팬이라고 호의적으로 다가가는  사람에게 조금   웃어주는 여유가 있었으면 얼마나 서로 행복하고 근사한 추억이 됐을까 싶어 아쉬웠다. 기념으로 자랑스레 기억하며  추억할 사진을 지워버리는 것으로  썩 유쾌하지 못한  순간을 잊기로 한다. 어쩜 원래 성품이 말 없는 분이거나  그분도 연로한데서 오는 자연적인 현상을 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나친  과묵과  무표정은 때로 상대에게 거절 받는 것같은  불쾌감을 주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시간과 장소에 알맞는 공감  표현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대인 관계에 있어 서로를 편안하게 이어주는 윤활유가 된다. 나이 들면 점점 근육이 경직되어 행동이 우둔해지고  미소도 잃게 된다. 자주 거울을 보고 웃는 표정을 지어 보며  근육을 풀어 주는 연습도 필요하다. 작은 미소 하나가 서로에게 공감의 행복을 주고 친숙하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점점 감정도 무뎌지고 표정도 굳어지는 노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꾸 웃도록 하자. 웃음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웃음은 옆에   있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한다, 행복은 쉽게 전염이 된다.  처음 보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유우머나 미소띤 얼굴은  서로를 행복하게 한다.  항상 상대에 반응하는 공감력을  키우도록  하자. 말을 잘 하지 못해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공감은 충분하다. 좋은 장소에서 연주에 참여하고 좋은 그림 보며 공감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꾀 괜찮은 하루를 엮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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