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며
조 은 미
나를 사랑하며 사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엄마, 아내, 며느리등 여러 이름으로 살다 보면 언제나 나는 뒷전이 된다. 아침마다 운동 삼아 가는 목욕탕에 오늘은 나보다 연배로 보이는 분들이 탕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알몸이 되면 서로 경계심이 없어져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말문을 트게 된다. 잘 아는 사람과는 오히려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말을 삼가게 된다. 자칫 있는대로 속내를 드러냈다간 관계가 틀어지면 내가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 상처로 돌아올 때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차라리 뒷말의 부담이 없어 속상할 때는 아는 사람한톄 털어놓는 것보다 위로가 되기도 한다. .
오늘은 여든 다섯 되셨다는 어떤 분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야기를 들으니 딱하고 연민의 정이 솟는다. 영감님은 몇해 전에 돌아 가고 아들 셋과 함께 한집에서 산단다. 큰 아들은 60대, 둘째 아들은 50 대, 세째 아들은 40대란다. 아들 셋이 다 장가를 안가서 당신이 아직 아들 밥해 주느라 잠깐 짬도 못내고 산단다. 라면 하나 못 끓여 먹고 각자 방에까지 밥을 대령해줘야 먹는다니 남인 내가 들어도 화가 나려한다. 몇 달 전에 코로나 4차 예방 주사를 맞은 후 지금까지 입맛이 없어 식사를 통 못하고 있단다. 얼마 전에는 기운이 없어 넘어져 대퇴부 골절로 입원까지 했다 나왔단다. 지금도 아들들 밥해주느라 단풍 구경 한번 못간다는 하소연에 어찌 맘이 그리 짠하던지. 그래도 아들들 밥 해주는 책임이 있어 이만큼이라도 건강하게 사니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위로를 건낸다. 남의 불행에 비교해 안됐긴 하지만 내 맘대로 하고 싶은것 하고, 가고 싶은 곳 다 가고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싶다.
가을 볕이 유난히 따사롭다. 모처럼 한가한 오후, 가까운 어린이 대공원으로 발길이 향한다. 어느새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을이 손 끝에 잡힌다.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뽑아 파란 하늘을 마주 보고 앉는다. 가슴이 트인다. 커피 향에 가을이 묻어온다. 미풍에 나뭇잎이 흔들린다. 벗나무도 빨갛게 물들어 가는 중이다. 분수에서 흰 물줄기가 힘차게 솟구친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삼삼오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정겹다. 오랜만에 육개장 사발면에 뜨끈한 물을 부어 먹어본다. 어찌 그리 맛나던지. 낙엽을 밟으며 발밑에서 바스락 거리는낙엽소리를 들어본다. 혼자가 되어 고즈녁한 오솔길을 걷는 평안함과 여유가 좋다. 코스모스 꽃밭도 만나고 백일홍 꽃밭도 지난다. 화사한 가을이 가슴에 찬다. 사랑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해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소심하여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행여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들릴까 노심초사하여 행동을 지나치게 조심하게 되고 삶에 적극성과 자신감을 읺게 된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평가라도 받게 되면 쉽게 좌절하고 우울해 한다. 모 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종의 강박 관념이다. 그런 완벽 주의가 스스로 불행의 늪에 빠지게 하는 빌미가 된다.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신의 가치에 긍정적인 자신감을 갖자.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일이란 확신을 가질 때 곡해하거나 뒤에서 하는 부정적인 뒷담화에 의연해질 수 있다. 누가 험담을 한다는 것을 전해 듣더라도 그럴수 있다 여기고 상처받지 않는 자존감을 갖도록 하자. 상처가 올 때 No problem 하고 밀어 낼 수 있는 의지를 갖자. 세상 사람이 다 같지 않기에 호불호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땐 나를 좋아하는 더 많은 사람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자. 내 인생에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판단에 좌우 되어 침체된 기분으로 산다면 얼마나 불필요한 감정 소모이고 소중한 내 인생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인가? 모든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자세로 듣고 수용할만 하면 고쳐나가면 된다. 일방적인 상대방의 억지라면 무시해 버리고 곡해라면 서로 대화로 풀어 가자. 어떤 경우든 위축되지 말고 스스로 당당해 지자. 어떤 위기를 만나도 하나님 내 편이란 신뢰가 나를 강하고 담대하게 한다.
날마다 일상의 잔잔한 생활 수필을 Sns 에 자주 올리는 편이다. 하루 하루를 진솔하게 기록함으로 매일 같은 하루는 다른 빛갈로 채색된다. 평범한 것이 특별해진다. 지나쳐 볼 것에 애정이 생기고 자세히 보게 된다. 자세히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정이 간다. 이런 살만한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생기가 난다. 사랑은 시들어 가는 것을 살리는 힘이 있다. 사물도 사람도 사랑하며 살자. 사랑하게 되면 웃음이 헤퍼진다. 이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며 사는 방법이다. 글 쓰는 것은 나를 생기롭게 한다. 이것은 내 취미이고 업이다. 글 쓸때 제일 행복함을 느낀다. 작가가 혼자 보려고 글 쓰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줄 때 글을 쓰는 일만큼 행복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 때로 긴 내 글이 받는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건 아닌가 조심스러울 때도 많다. 나름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고 싶은 바램으로 정성껏 글을 쓴다. 매일 이름을 누를 때마다 사랑을 담아 좋은 하루 되도록 염원하는 마음으로 나눈다. 그러나 그런 진심이 때로 바쁜 일상 속에 짐으로 여겨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의 숱한 이름 중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골라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드려 글을 보낸다. 며칠 숫자가 지워지지 않으면 행여 내 글이 방해되는 건 아닌가 싶어 전달 목록에서 삭제한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에서도 멀어 지게 된다. Sns 소통은 여러 사람을 사랑하는 내 삶의 방식이다. 서로 만나지 못 하더라도 늘 숨결을 느끼며 사니 언제 만나도 친숙함을 느낀다. 긴 글을 고맙다며 읽어주고 기다려 주는 분도 많다. 그런 분들께는 말로 할 수 없는 친밀함과 감사를 느낀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소통과 사랑이 나를 세우는 힘이 된다. 내가 행복한 모습을 공유함으로 밝은 기운과 에너지가 전염 되기를 바란다. 삭막한 세상에서 내 글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는 행복 비타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남들에게서도 대접을 받고 존귀하게 여김을 받는다. 혼자 홀가분하게 나를 사랑하며 나와의 데이트를 즐겼던 하루! 내가 나여서 고맙고 대견하다. 참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낸다. 코스모스 꽃밭에서 꽃이 되어 서 본다. 꽃처럼 아름다웠던 하루. 가을 하늘 빛은 어찌 그리 맑고 고운지. 때 늦은 장미꽃이 그지없이 붉게 타오르며 울타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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