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믿음 안에 산다는 것

조은미시인 2022. 11. 12. 11:01

믿음 안에 산다는 것
조 은 미


사람이 살다보면 내 일이라도 내 의지대로 안되는 일이 있다. 그냥 어떤 힘에 의해 이끌려 가는 느낌이랄까? 크게 필요도 없는 신축 건물 허가를 내놓고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고향 동네 가까운 곳에 300 여평 되는 농지에 150평은 대지로 허가를 받아 작은 집을 짓고 150 평은 전으로 지목이 되어 있지만 잔디를 깔아 정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원 주택이 있다. 들은 정보에 의하면 농지를 용도 외에 전용하여 사용하다 항공 촬영에 걸리면 원래 농지로 복구해야됨은 물론 그동안 전용해서 사용한 기간까지 합산하여 과태료가 많이 부과되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제 가까운 지인의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일을 당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죄불안석이 된다. 불법하고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터라 작은 일에도 새가슴이 된다. 당장이라도 적발이 될듯 불안하고 내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때 아이들 우환거리를 없애주어야겠다 싶어 남은 농지를 대지로 전환하기로 마음 먹고 일아보았다. 여간 비용이 들고 절차가 복잡한 일이 아니었다. 작은 건물이라도 지어야 대지 전용이 된단다. 하는 수 없이 10평 신축 건물을 짓기로 하고 7월에 대지 전용 허가와 건축 허가를 신청했는데 11월이 넘은 이제서야 허가가 나왔다. 그간 정원 공사로 신뢰를 쌓아온 예맥 건축의 남사장이 일을 도맡아 처리를 해주었다.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무조건 맡기기로 했다. 옆집 지을 때 주인이 없어도 성심 성의껏 최선을 다하던 그의 성실이 더 그를 신뢰하게 한다. 건축 허가가 곧 나올 줄 알고 자재 대금을 포함한 건축 비용을 이미 다 지불한 상태이다. 건축비를 싸게해준 그의 호의도 고맙고 한창 자금 사정에 몰려 힘들어 하던 그를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인정도 한 편 작용했다. 남 사장도 고마워 하며 거실장과 신발장등 잡다한 인테리어를 건축 비용에 포함해 해주겠다니 결국 누이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통상적인 거래 관계로는 허가도 안나온 건물에 잔금까지 다 치르는 것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신뢰 안에 거할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때로 이런 무모함으로 인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같고 한심해서 옆의 사람들의 걱정을 사기도 하지만 이것이 내가 일상 가운데서 나름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내 생활방식이다. 몇해 전 서울집과 시골집 두번을 지으면서도 건축 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고 믿거라 맡겨 놓았다. 다행히 좋은 시공자를 만나서 하자 없이 잘 지어줘 두고두고 고마운 마음으로 산다. 내가 말하기 전에 잘못된 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다시 시공해주던 그분들의 성실과 정성이 얼마나 고맙고 감동이었는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고 지낸다.
건축 맡겨놓고 잘 하는가 못 하는가 노심초사하다 보면 집 한 채 짓는 일이 수명을 단축할 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다. 이제 집 짓는 일은 내 손을 떠났다. 시작도 안한 공사에 건축비까지 완납하고 편안할 수 있을 만큼 서로 신뢰하는 파트너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남사장과의 좋은 인연에 감사한다. 교회 순식구들 한테 남사장의 재정적인 풍요를 위해서 기도 부탁을 했다. 내 집 잘 지어주기 위해서는 남사장의 재정적인 축복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어디 사람이 거짓말 하던가? 늘 돈이 사단을 낸다. 집 짓기 시작하면 다 지어 즐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참이다.

사람을 믿어 준다는 것은 내가 눈에 불키고 감독하는 것 보다 몇 배 더 효과적인 감독이라 생각하며 평안 안에 거한다.
남사장님, 너무 잘 해주려고 손해보지 말고 적당히 이윤 챙기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난 더 이상
지불할 능력이 안되니 나한테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설계대로 그 안에서 해결해 주시기요. 말하지 않아도 그리 해주시라 믿어요.
언제나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고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히나님을 믿으며 모든 건축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잠잠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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