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ㅡㅡ2박 3일 남도 맛 기행

조은미시인 2022. 11. 18. 00:57


2박 3일 남도 맛 기행
조 은 미

오랫만에 고국을 찾은 여고 동창 부부를 포함한 8명의 일행이 2박 3일간 남도 맛기행을 다녀왔다. 친구가 출국하기 전 추억 쌓기 여행으로 의기 투합하여 뭉쳤다.
순천, 고흥, 장흥, 강진, 목포 일원을 돌아보며 맛난 먹거리를 즐기는 2박 3일 일정이다.

잠실에서 7시 30분에 동백여행사 리무진 버스에 탑승했다. 자리가 넓고 편안해서 좋았다. 21명이 탄 우리 버스 승객 중에는 우리가 제일 꽃순이 였다. 우리보다는 모두 연만하신 분들이었다.
아침에는 따끈한 팥고물 얹은 찰시루떡을 아침 대신으로 나눠주었다. 순천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짱뚱어탕을 먹었다. 안먹어 보던 생소한 음식이다. 추어탕처럼 씨레기를 넣고 짱뚱어 살을 푹 고아 된장을 풀어 끓인 보양식이다. 토속적인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이 고장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란다.

점심 후엔 순천만 생태습지와 국가정원을 돌아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온통 은발을 흩날리며 갈대들이 가을을 떠받치고 있다. 왠지 서러운 아름다움에 가슴이 멘다. 철새가 까맣게 하늘을 덮고 난다. 장관이다.
국가 정원엔 아직 가지 각색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유리알 같은 맑은 하늘에 우리도 꽃이 되어 선다. 싱그러운 웃음꽃이 나이를 거슬러 오르며 활짝 핀다.

국가 정원을 나와 거금도 안의 작은 섬 연흥도로 향한다. 버스로 고흥 녹동항에 닿는다. 배로 3분이나 갔을까? 잠깐 사이 도착한다. 배를 나서니 바람이 세차게 분다. 모자를 잡을 새도 없이 바람에 날려 바다로 휙 날아간다. "어마 내 모자" 안타깝게 바라보며 발만 구른다. 아끼는 예쁜 모자였는데 아깝지만 도리가 없었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자를 아쉬운 마음으로 배웅한다.
연흥도는 작은 섬에 지붕 없는 미술관이 있는 유일한 섬이다. 골목길 따라 낮은 담장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돌아보니 섬 전체가 예술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폐교를 이용한 미술관과 카페가 문을 닫았다. 아기자기한 둘레길을 한바퀴 걸어 돌아 나오는데 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꿈같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다.
고흥으로 향한다. 저녁은 푸짐한 회정식이 준비 되어 있었다. 여행 와서는 먹는 즐거움도 한몫 한다. 잠 자리도 호텔 이름이 붙은 곳으로 안내한다. 편안하게 잘 쉬었다. 금액이 다소 비싸다 싶었는데 그 값을 한다.

다음날 아침엔 정갈한 시골 밥상으로 맛나게 식사를 하고 보성 녹차밭으로 향한다. 온통 초록으로 펼쳐진 차밭이 싱그럽다.
어디나 아직 가을이 남아 있다. 붉은 단풍잎이 떨어져 쌓인 것도 꽃이다. 카페에서 따뜻한 녹차 한 잔으로 아침의 싸늘한 냉기를 녹이며 차향에 머문다.

다음 목적지는 신라 시대 때 창건했다는 백련사이다. 절 올라가는 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팔쳔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아직 철이 일러 봉긋한 몽울만 맺혀있다. 그래도 한 두 나무 성질 급한 여심은 빨간 입술을 열고 여행객을 반긴다. 3월 말쯤 만개 한다니 얼마나 장관일까? 꽃필 무렵 동백꽃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 경내엔 아직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단풍이 붉다. 백련사 부근에 다산 초당도 가까이 있다. 시간상 돌아보지 못해 아쉬웠다.
다산 기념관을 둘러본다. 다산이 강진에 유배되었을 당시 후학을 가르쳤던 발자취를 훑어볼 수 있었다. 훌륭한 선현의 행적이 오늘에도 귀감이되고 자부심이 느껴진다.

점심엔 보리굴비 정식이 나왔다. 적당히 짭쪼름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반찬도 한상 그득하다. 매끼 진수성찬이다. 점심 식사 후 장흥 정남진 편백 숲 우드랜드로 항한다. 울울하게 쭉쭉 뻗은 삼나무 숲과 편백향이 은은한 숲길을 걷는다. 산책에서 돌아와 뜨끈한 물에 편백수를 희석해 족욕을 즐긴다. 온 몸의 피로가 확 풀린다. 미국서 온 친구가 바람에 날아간 내 모자가 마음에 걸렸는지 선물가게에서 예쁜 모자를 사서 씌워 준다. 고맙고 배려심 많은 친구의 우정에 눈물 날 만큼 감동한다.

버스를 타고 가우도로 향한다. 섬 모양이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가우도라 부른다. 망호 출렁다리에 도착했다. 716m 길이의 긴 출렁다리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바다 위에 떠 있다. 출렁 다리를 지나 생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과 바다를 보며 천혜의 자연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명소이다.
어쩌면 가는 곳 마다 우리 산하는 이리도 아름다운지.
저녁엔 소고기, 표고 버섯, 피조개를 함께 구워 먹는 소고기 삼합으로 입이 호사를 한다. 시장 골목 골목에 소고기 전문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과히 소고기로 유명한 장흥의 진면목이 느껴진다,

저녁 후 목포에 도착해 여장을 푼다. 깨끗한 호텔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함께 모여 늦게까지 정담이 익어간다. 미국에서 온 친구 부부의 다정한 잉꼬 같은 모습도 얼마나 보기 좋은지! 부인 친구들과 섞여 마치 같은 동창인 것처럼 자연스레 어울리는 남편으로 인해 더 유쾌한 여행이 되었다. 참 멋진 분이다.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목포 용해동의 갓바위로 향한다. 갓을 쓰고 있는 형상의 바위가 너무 아름답다. 마지막 코스로 3.23km로 국내 최장 길이의 케이블카인 목포 해상 케이블카를 타기로 한다. 북항, 유달산, 고하 3 스테이션을 연결해 바다와 산을 잇는 목포의 명물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 전경이 아찔하도록 아름답다. 목포 시내가 아스라히 발밑에 누웠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스릴을 즐기는 특별함도 있있다. 선물을 사기 위해 건어물 집에 들려 푸짐하게 한 보따리씩 남도 맛을 챙긴다. 모시 떡도 맛나기로 유명하단다.
점심엔 간장 게장을 곁들인 영광 굴비가 나왔다. 간장 게장의 살살 녹는 맛과  향이 아직 혀끝에 남아 있다. 맛 따리 멋 따라 나선 2박 3일 남도 맛기행을 마무리 한다. 오랜만에 여고 동창들과 함께한 추억 만들기 여행이라 더없이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에 동행했던 석촌 재단의 이사장인 여고 동창이 운영하는 천안의 장애인 복지 시설 메종드로제를 둘러본다. 30여년간 장애우들과 함께 하며 피땀으로 일궈낸 감동의 현장을 와보니 그간의 수고가 얼마나 컷을지 짐작이 간다. 메종 드로제, 메종 에뜨왈과 메종 에스쁘아 여기 저기에서 엄마하고 부르며 달러와 안기는 친구들 얼굴에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가 어린다. 성모 신나는 일터 작업장에서는 장애우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쓰레기 봉투를 생산하여 지자체에 납품하고 있단다. 쓰레기 봉투를 만들어내는 대규모의 자동 시설도 있었다. 생산된 쓰레기 봉투를 포장하고 라벨을 붙이는 단순 업무를 장애우들이 담당 하고 있다. 작업자 1인 한 달 평균 200 여만원 남짓의 수입을 올린단다. 가족들도 외면하는 장애아들을 어렸을 때부터 돌봐 지금은 50세를 바라보는 장년 장애우도 있단다. 친구에게 존경심이 절로 솟는다. 여독으로 피곤했지만 와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모두의 마음을 담아 사랑을 전한다. 소담꼴에서 맛난 팥칼국수와 들깨수제비로 저녁을 먹여 보내는 친구의 따뜻한 배려로 맛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빡빡한 강행군의 스케쥴로 자정 가까이 되어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 피곤하지만은 않았다.
가까이 마음을 나누는 벗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더 의미있고 눈과 입이 더불어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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