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안타까운 문화 현장

조은미시인 2022. 11. 18. 08:27

안타까운 문화현장
조 은 미


   지인의 초대로 윤봉길 기념관에서 있었던  제1회 운봉 음악제에 디녀왔다.  창작가곡으로만 이루어진 무대는 특별하고 신선했다.  운봉 조영황 시인의 20 여편 되는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을 다양한 성악가들이 연주하는  이채로운 무대였다.  한 시인의  작품이  가곡으로 창작되어  전 무대를 개인 음악제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참  대단하고 놀라웠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  그 열정이  부럽기마저 했다. 성악가들의 화려한 무대 의상도  눈을 행복하게 했다.    양재 숲의 단풍도 환상이다. 늦은 비가 추적거리고 내린다. 도심에  이런  가을이 아직 남아 있었다니.  절로 낭만 속의 여인이 된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대해준 지인에게 감사한다.

  귀한  자리에 다녀오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지표가  세계 8 , 9위를 다툴만큼 성장 했지만 문화에 대한 인식은 거기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음악회는 의례 초대권으로 가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유명한 대중 가수의 콘서트  티켓이 발매 되자마자 매진되고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클래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가가 아니고서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외면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연주자가 되기까지 경제적인 출혈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 유학까지 가서 어렵게 공부하고 온 재원들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게 우리 문화의 현주소다.  그런 자리에  초대해 준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오히려 초대장을 준 사람이 참석해준  것을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
  
  비단 음악회뿐이겠는가?  작가들도 작품집  한 권을 출판하려면 경제적인 부담도  부담이지만 출판 되어 나온  책을 전달하는 것도  무슨 죄인처럼  졸작을 읽어 달라고  한껏 몸을 낮추고  미안해하며 전해주어야 한다.  받는 사람도 크게 대견해하지 않는다. 체면상 축하한다는 입에 발린 인사를 건낼 뿐이다. 정말 몇 사람이나 그 책을 읽을까?   시대가 변해 지금은 차고 넘쳐나는게 책이다.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작가가 서명해준 책은  가보처럼  소중하게 간직했다. 요즘은 보고 돌려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도   될수록  싸인을  안하고  주는 것이  추세다. 넘쳐나는 책은 곧 쓰레기 통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이사갈 때는 책을 정리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다.  버리는 항목의 일순위가 책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남에게 피해주는 것 같아 책을 엮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요즘은 그런 뻘쭘한 짓 하기도 민망하고  그렇게   재정과 시간을 낭비할 열정도 없어  글을 쓰는대로 Sns에 공유하고 있다. 지인들에게 안부도 되고,  책 읽는 부담도 줄여주고, 읽지도 않는 책, 자리만 차지하는 번거로움도 줄여줄 수 있어 좋다.   오히려 책으로 출판할 때보다 독자의 관심과  호흡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매일 매일의 상호 교감이 서로  인연을 든든히 잇는 끈이 되기도 한다. 때로 진솔하게 공감을 전해오고 고마워하는 독자도 있다. 글을 쓰는 보람이 느껴져  행복하다. 덕분에 날마다 글을 쓰는  좋은  습관이 몸에 붙는다. 그러나  다 나같은 생각을 갖는다면 출판계는 도산하고 말 것이다.  책을 출판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작가 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작가의 업적은 책으로 남기에   책을 출판하는 일을 그렇게 폄하  할 일만은 아니다.  구태여 그렇게까지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주변 분들이 수필집을 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아직 설익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많이 망설여진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완벽한 작품집을 내려 한다면 평생 책 한 권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이 좀 더 대중에게 사랑받고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보고 싶은 글을 쓰고 듣고 싶은 음악을 연주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과 책임 의식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가 책을 내면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권이라도 돈을 주고  사주는 따뜻함과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주회를 열면  티켓을 사서 입장하는 공연 문화가 정착되어야할 것이다.  음악가도 작가도  응분의 대접을 받는 성숙한  문화 환경이  조성되어야 진정 우리 문화도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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