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아름다운 도전

조은미시인 2022. 11. 27. 01:19

아름다운 도전
조 은 미

오늘은 계간 문예 한국문학발전포럼에서 개최하는 전국 시낭송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 년초 늦깎이로 시낭송에 입문한 후 세 번째 도전이다. 첫번째 문경에서 열렸던 전국 시조 낭송 대회에서는 맨손, 지난 9월 한국문학 낭송가회가 주최한 전국 시낭송 대회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금상을 수상했다. 빠른 시간 내 이룬 쾌거였다. 이번에는 나름 대상을 목표로 2달간 거의 매일이다시피 열심히 연습했다. 정일근 시인의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라는 시를 가지고 출전했다. 의상도 바다빛이 나는 파란 드레스를 준비했다.

대회는 언제나 순서가 끝나기 전 까지는 긴장의 연속이다. 차례를 기다리며 행여 중간에 잊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몇 번씩이나 머릿속으로 시를 되뇌여 본다. 돌아보니 모든 참가자들이 다 긴장된 모습으로 입술을 달삭이고 있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순서이다. 드디어 내 순서가 왔다. 침착하려 애쓴다. 그래도 긴장이 되어서인지 평소보다 목소리와 감정톤이 정상 수위를 약간 넘어서 자연스러움에서 조금 벗어났음을 느낀다. 그래도 다행히 한 자도 막히거나 틀리지 않고 끝까지 낭송해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드디어 시상이 시작되었다. 될수록 이름이 늦게 불렸으면 하는 기대를 저버리고 동상에 내 이름이 불린다. 순간 서운하고 실망스런 마음이 스친다. 지난 2달간 밤낮 없이 연습했던 수고가 와르르 무너지는 허탈감을 느낀다. 금상이란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려 나도 모르는 사이 자만심이 생긴 것일까? 사실 동상을 탄 것만도 감사할 일인데 도무지 이 터무니 없는 서운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회를 나와보면 진정한 내 실력을 가늠하게 된다. 1년도 안되서 대상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리한 욕심이었던가? 나를 돌아보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감사하자. 덕분에 고운 옷도 입어보고 또 도전 해볼 수 있는 이유가 생겼으니 이 또한 내게 약이 되는 유익한 시간 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차분하게 감정을 조절
하여 좀더 자연스런 낭송이 되도록 노력하자. 한 술밥에 배부르랴. 길게 보면 오늘의 실패는 훗날 나의 발전을 위해 더 없이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실패하고 주저앉는 것이 문제지, 실패 없는 성공이 있던가? 상에 연연하지 말고 낭송을 즐기며 삶을 윤택하게 가꿔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새로운 것을 배우며 은빛 삶에 활력이 되는 시낭송. 동상이면 어떻고 대상이면 어떤가? 드레스 입은 모습이 제법 멋지게 어울린다. 아직 지치지 않고 샘솟는 열정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 하나의 목표를 세우며 다시 마음을 추스린다. 다음 기회에 반드시 대상에 도전해보리라 마음 먹는다.
생각을 돌리니 서운했던 내 모습이 겸연쩍어 웃음이 난다. 그러고 보니 점심도 번겼다. 할머니 칼국수 집에서 뜨끈한 칼만두 한 그릇을 말끔히 비운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바람에 떨어진 프라타나스 낙엽이 발끝에 채인다.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길. 칼국수로 데워진 속이 그리 허하지만은 않다. 실패의 끝자락에 희망을 묶어 끌어올린다. 골목의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어둠을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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