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하나님의 때

조은미시인 2023. 5. 25. 08:49

하나님의 때
조 은 미

  유월이 코앞에서 벌름댄다.  작약끛  잎사귀 무성한 사이로  봉긋한 꽃망울이  사춘기 소녀의 유두처럼 붉었다. 언제 쯤이면 필까? 기다리며  뜨락을 서성인다.  드디어 오늘 아침에는 감췄던 열정을 터트리며  꽃잎이 벌었다. 하루 밤새 흐드러진 모란의 자태에 넋을 잃는다.  꽃도 때가 되어야  핀다. 아무리 꽃이 예쁘다 하나 365일 지지 않고 피어 있다면  꽃이 피는 일에 이렇게  흥분되고 감흥이 있을까?  때가 되면 피고 지기에  3월 이 되면 잔달래 필 때가 기다려지고 6월이 오면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다.
비단 자연만 때를 따라 변하는가?  사람도 그렇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고  사랑할 때가 있으면 떠날 때도 있다. 태어날 때가 있는가 하면  죽을 때가 있다.  
   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때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 하는 사람은  늘 허덕이며 살아간다.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 머물 때와 떠날 때를 분별하자.  앉을 자리와 물러날 자리를  알고  제 때  알맞게 처신하자.  욕된 자리를 피할 수 있고 존경받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행복할 때도 있지만  고난의 때도 있다. 우리의 때와 하나님의 때가 서로 같지 않을 때 우리는 늘 조급하고 좌절하게 된다.
주기도문에도 "내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짐과 같이 땅에서도 이뤄지이다" 고 염원 하는 간절한 고백이 있다.
하늘에서 뜻이 이루어질 때 땅에서도 매인 매듭이 풀리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음을 그간  삶의 과정을 통해  무수히 경함했다.
  욕심을 버리고  내 삶을 유한한 나의 눈으로 재단하지 말고  그 분이 일하시는  때를 기다리자.
   화사하게 치장했던 꽃이 떨어져야 벚나무 가지에서 새 잎이 터지듯 
내 후패한 속 사람이 세상 옷을 벗어 버려야  새 부대에 담길 영적인 열매도 풍성할 것이다. 오고 감의 질서를 따라 순리를 만들어 가시는 그 위대함 앞에 겸손히 엎드린다.

  요즘은 집 가진 사람이 죄인인 시대가 되었다. 몇달  전 4층의  전세 세입자 2 세대가  만기가 되면 이사를  나가겠다고 통보해 왔다. 한 집은  임대 아파트가 당첨이 되어 나가야 하고  다른 한 집은 자녀의 학교 문제로 부득이 이사해야 한단다. 부동산에 전세  매물을  내놓고 기다렸다. 만기 날짜는 바득바득 다가오는데 거짓말처럼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어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이 없다.  그 와중에 메스컴에서 깡통 전세가 이슈화 되더니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구하기가 어려웠다. 보증금은 집 지을 때 자금으로 들어간 터라  많은 목돈을 일시에 준비해야한다는 것은  도저히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이리 저리 대출도 알아보았지만 우리같은 은퇴자에게  은행 문턱은 높기만 했다. 사면 초가의 상황에서 기댈 곳은 하나님 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고  두 손 들고 그 분께서 일하실 자리를 내어드리며 잠잠히 기도하며 도움을 간구했다. 주변의 기도 동역자들에게도 함께 중보기도 해줄 것을  부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하고  온전히 하나님 행하실 일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아파트 당첨 계약금도  반환 받지 못하고 계약도 해지가 될 위기 상황은 점점 고조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 함께 해주실 것을 믿는 마음으로 계속 기도했다. 기도의 분량이 찼는지 서서히  닫혔던 빗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별 기대도 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거래도 없던  새마을 금고에 상담차 들렸다. 흔쾌히 거액의 대출을 약속 받았다. 그날 부동산에서 월세 세입자와 계약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기도의 응답을 체험하는 감격의 순간 이었다. 또 다른 세입자는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반전되어 연장해서 더 살기로 했다. 내가  기도하고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기적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걸 보며 하나님의 능력과 주밀하신 계획에 감사함과 두려움마져 느껴진다.
오고 감의 질서를 따라 순리를 만들어가시는 그 위대함 앞에 겸손히 엎드린다. 모처럼 평안과 안식을 누린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는나 혼자  버려두지 않으시고 함께 동행하셨다. 내가 쓰러진 자리에서  손 내미시시고 나를 일으켜 세워 주셨다. 나보다 나를 더 잘아시고 나의 필요를  먼저 채워주신다. 나의 때를 고집하며 그분에게 떼쓰지 않아도  하나님의 때에 정확히 역사하신다.  기쁨과  감사로  간증을 나눈다.  위대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린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동이 머무는 언저리  (0) 2023.06.25
좋은 인연  (0) 2023.06.23
광진 예총 문화기행 소묘  (3) 2023.04.07
  (0) 2023.04.03
  (0)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