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ㅡ그 강을 거스르며

조은미시인 2024. 2. 6. 12:37

그 강을 거스르며
  ㅡ 태국 칸차나부리
조 은 미

  
   백세 시대를 산다는 요즈음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 길을 반은 내려온 지점에 서 있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요즘은 더 빠르게 지나감을 느낀다. 학창시절에는  총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가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잠깐  다른 것을 가지러 간 사이 금방 놓아둔 믈건을 어디다 놓았는지  생각나지 않아 헤매고 찾을 때  당혹스럽고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디서나 핸드폰으로 통하는 시대라  집전화는 용도 폐기 된지 오래다. 내가 집 전화를 없애지 못 하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  핸드폰이 보이지 않을때 찾는 용도로 요긴하게 활용 한다. 그렇다고  세월 가는대로 마음까지 늙어가서야 쓰겠는가?  조금이라도 노화를 늦추고 싶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도전해본다. 열정은 꺼져가는 심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삶이 생기로워 진다. 열정이 살아있는 한 아직 우리는 청춘이 아닐까?
  얼마전 파크 골프를 시작했다. 시골이라 마땅히 배울 곳도 없어 유투브를 선생 삼아 혼자서 열심히 마당에서연습하며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몸에 익지도 않았지만 마침 태국 칸차나부리로  파크골프 투어를 가는 기회가 생겼다.혹시 민폐나 되지않을까  망설여졌다. 다행히 클럽장이 현지에 가서 배우면 된다며 용기를 주는 말에 힘을 얻어 팀에 함께 합류하기로 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 나가는 해외 여행이라 마음이 많이 설렜다. 40 여명 가까운 인원이 함께 하는 단체 여행이다.  인천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6시간 비행 끝에 순조롭게 태국 스완나폼 공항에 착륙했다. 인천 국제공항을 모델로 벤치 마킹했다는 공항 규모가  국제 공항 다웠다. 세계 각국에서 온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그 중에도 한국 관광객이 제일 많았다. 해외 나가서 보면 정말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이구나 하는 실감이 들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오후 10시가 넘어서  공항에서 가까운 Kohlanta 라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레스토랑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넓고 고급스러웠다.  식사는 간단한 볶음밥 종류 였지만 분위기가 낭만적이었다. 식사 후 3시간여 버스로 달려 칸차나부리 Rk park resort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콰이강 강변에 위치한 리조트는 방도 넓고 쾌적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식사도 입맛에 맞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 부딪히면 표정이 굳어진다. 그에 비해 태국 종업원들은 눈만 마주치면 미소로 인사를 건낸다.  참 선량해 보인다.  마음 속 경계가 풀어지고 가슴이 따뜻 해진다. 마주 웃어주며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 28~9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나라지만 우리나라 여름만큼 후덥지근하지 않아 견딜만 했다. 5박 6일 동안 아침 저녁 선선한 시간에는 파크골프를 치고  한낮에는 재래시장, 사원, 찻집등 관광지와 리조트 내 풀장에서 수영과  콰이강에서 고무밧줄로 엮어 만든 뗏목 위에서 레프팅을  즐겼다.  다리를  펴고 찰삭거리는 강물에 옷이 다 젖도록 맡기고  태고의 신비를 가르며 달리는 유유자적함은 무엇으로 말할 수 없는 낭만과 평화가 느껴진다.  운좋게 철교를 지나는 기차와 마주쳤다.  '콰이강의 다리' 영화 장면이 머리속에 스치며 더욱 감회가 깊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여행은  날마다 더 생기롭게 한다. 보통 여행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선수들이 전지 훈련하듯 모든 회원들이 너나 없이  열정적으로 경기를 즐기기도 하고 개인 연습에 집중하면서 나름 알차고 보람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초보를 가르치기 위한  클럽장의 열정과 모든 회원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 덕분으로 몇일 동안이지만  놀랄만한 구력 향상이 있었다. 늦바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는다 하던가?   파크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시간만 나면  연습에 몰두했다.  스포츠로 맺어진 인연은 우리라는 연대감으로 더 끈끈하게  서로를 묶는다. 하나라는 일체감은 너와 나를 떠나  팀원이 하나 되어  식구처럼 감싸고 챙겨준다.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또 하나의 행복이 된다. 늘 주변에 좋은 분들로 울타리쳐주시는 축복에 감사한다.  끝까지  열성을  다해 가르쳐주었던 클럽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한다.
내 식구를  챙기려는  열성과 리더쉽에 존경심 마져 든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는건 얼마나 살맛 나는 일인지 모른다.  세월에 나를 맡기고 체념하지 말고 매일 같은 날이지만 조금은 새로운 날로 양념해가며 맛갈나게 사는건 나의 선택이며 최소한 내 삶에 책임지는 태도가 아닐까?
  강을 거스르며 사는 것이 때론 벅찰 때도 있지만 늘  힘을 주시는 그 분이 있기에  그 분을 의지하며 오늘도 10 년은 잘라 반납하며 기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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