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
조 은 미
서울 집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와 둥지를 튼지도 어느새 반년이 지나간다. 번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시간 속에 나를 내려놓고 앞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다. 어느 정도 쉼의 갈증이 채워질 무렵 조금씩 무료함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사람이 늘 여유롭고 평온하기만 하면 활기가 빠지고 삶이 지루해진다.
몰입할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알아보니 주민을 위한 다양한 자치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망설임 없이 파크골프 강좌를 선택했다.
파크골프를 뒤늦게 만난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자세하게 이론과 더불어 실전을 병행해서 가르치는 강사님의 친절한 지도에 힘입어 목하 파크골프와 열애 중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늘 생기롭게 한다.
늦바람의 재미에 푹 빠져든다.
알아갈수록 설레임과 기대가 커진다.
파크 골프는 적당히 운동을 즐기며 신체를 단련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삶의 활기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저비용으로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멋진
스포츠이다.
오늘은 유명 파크 클럽에서 양양 구장으로 월례 행사겸 나들이를 가는 날이다.
짝사랑하던 연인을 처음 만나러 가듯 온통 가슴이 설렌다.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밤잠도 설치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6시 30분 정각에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랐다.대부분 육칠십대의 실버들이지만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80이 넘은 어르신과 부부가 함께 온 커플도 여러쌍 있었다. 아침으로 나눠준 김밥이 유난히 맛이 있었다. 곳곳에 임원진들의 섬세한 배려와 헌신이 느껴진다.
2시간 반정도 달려 양양 구장에 닿았다. 초록 잔디가 융단처럼 펼쳐진 넓은 구장과의 첫 해후는 낯설긴 했지만 그동안 연습한 기량을 맘껏 펼쳐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공과 몸이 따로 놀아 가까이 하기에는 아직 먼 그대였지만 라운딩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익숙해지며 상대를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다.
3라운드 27홀을 돌고 나서 낙산사 바닷가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풍성한 상차림이 입맛을 돋군다.
싱싱한 회로 입이 호사를 했다.
한적한 백사장에 바다가 한아름 들어와 안긴다. 시원한 바닷 바람이 상쾌하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바다와 하나가 된다. 오후 라운딩을 위해 다시 구장으로 돌아왔다. 피곤할만도 한데 몸과 마음이 더 젊어져 파닥 거린다. 마음이 행복하니 절로 활기가 솟는다. 2 라운드를 더 돌고 귀갓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버스에서의 화기애애한 여흥에도 품격이 실린다. 코다리 찜과 동태탕으로 저녁 만찬까지 푸짐히 먹고 시상식을 마친 후 해산했다.
바람이라는 말에는 늘 새로움과 설레임이 따른다. 파크골프와의 늦바람이 나를 설레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오래 아름다운 동행을 기대하며 임원진과 수고하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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