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봄은 어디 쯤

조은미시인 2025. 2. 4. 10:51

봄은 어디 쯤
조 은 미


  며칠  폭설로 두어치  넘게 쌓였던 눈이 햇살이 보듬으니 어느새 흐물대며 녹아내린다.
순수라는 가면으로 포장되었던 평등이 태양이란 진리 앞에  가면을  벗고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솔은 푸른대로 꽃눈이 몽긋한  목련은 목련대로  앙상한 마른 가지는 앙상한 대로  잎눈을 숨기고  숨쉬는 다양한 그 모습이  좋다. 입춘이 지났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나름대로 봄을 꿈꾸는 생명의 소리가 싱그럽다.
그래  흰눈으로 덮여 모든 세상이 하얗다고 평등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애시당초 평등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허구의 가치이다. 당장  치부를 가리는  순수에 한 때 혹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햇살이 비치면  그 허구는 녹아내리고 그안에 살아 숨쉬는 다양성은 자유를 향해 꿈틀거린다. 비록 일찍 피는 꽃도 늦게 피는 꽃도 탐스런 꽃도 볼 품 없이 초라햔  꽃들도 있지만 그러한 서로 다름이 어울어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온통 백색으로 덮여  당장 천국이 온 것처럼 평등을 외치는 세상엔 차거운 허세와 지루함과 빛잃은 결핍만 있을 뿐이다.
눈이 녹아야 현실이 보인다. 눈에 가렸을 때는 눈을 떴어도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해가 뜨면 녹기 마련이다.  너무 혼란스러운 시국이다.  하루 빨리 평등을 향해 달리는 기차의 엔진이 꺼지고  자유가 소중한 가치로 꽃 피는 봄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며느리가 차려준 아침상  (0) 2024.12.30
함께하는 행복  (2) 2024.11.21
서로의 이름 안에 사는 의미  (5) 2024.10.19
한가위 보름날만 같아라  (6) 2024.09.18
웃음이 머무는 언저리  (8) 20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