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함께하는 행복

조은미시인 2024. 11. 21. 15:49

함께하는 행복                                       조은미

  가을도 끝자락을 서성인다. 선혈을 토하듯 붉던 단풍잎도 어느새 낙엽으로 뒹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남은 잎새들이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오늘은 유명파크골프 동호회원들이 양양 구장으로 라운드를 가는 날이다.
유년 시절 소풍 날 기디리듯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을 열며 집을 나선다. 묵안리 초롱이 둥지를 출발한 버스가 몇 군데 경유지를 들려 목적지로 향한다. 버스가 설 때마다 상큼한 새벽 바람의 신선함과 파안대소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회원들의 반가운 웃음 소리가 실내를 밝고 따뜻하게 채운다. 서로 마주 보게  통로 가운데에 탁자를 놓고 배치한 버스 좌석이 정감을 더한다. 임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김밥과 간식으로 아침 요기를 한다. 식사 후 함께 라운딩할 파트너를 제비로 뽑았다. 기대되며 긴장되는 순간이다. 파트너가 뽑힐 때마다 차 안은 까르륵 웃음으로 넘친다. 작은 것 하나에도  재미를 더하는 임원들의 재치있는 운영의 묘가 돋보인다.
경기는 포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4 명이 1 조가 되어 두 명씩 편을 갈라 팀원 끼리 서로 협력하며 티샷에서 더 좋은 공을 골라 홀 별로 승부가 결정 되는 경기 방식이다. 같은 팀끼리는 서로 전략을 상의하기도 하고 조언도 하며  팀 플레이를 하는 경기 이기에  상대를 위해 신중을 기하게 되고 팀원 간 결속을 다질 수 있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경기 방식이다. 개인기가 떨어지는 신출내기 회원들도 선배 회원들에게 많은 기량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날씨도 받쳐주어 운동하기 최적이었다.하늘이 더없이  맑다. 햇살도 따사롭고 바람마저 살랑댄다. 갈대숲이 너울대는 아름다운  확 트인 구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엔돌핀이 솟고 몇 년은 더 젊어지는 기분이다. 36 홀 라운딩을 마치고나니 시장기가 돈다. 푸짐하고 맛난 회로  입이 호사를 한다. 화기애애하게 담소가 이어진다. 식사 후에는 낙산 비치에서 삼삼오오 카메라  앵글에 추억을 담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가슴에 철썩 부딪힌다.  마음이 청정해진다. 바다인지 하늘인지 경계가 모호한 둥근 원속에 서로 하나 되어 우리가 된다. 점심 후 18  홀을 더 돌고 귀가 길에 올랐다. 버스에서 재미있는 게임으로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갇혔던 웃음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반 쯤은 떨어져나온 나이들이 바닥에  쌓인다. 행운상 이름을 붙여 제비를 뽑으며 모든 회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새심하게 배려한 집행부의 지혜에  더 없는 박수를 보낸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품격 있고 모두가 행복하고 따뜻한 여행이었다. 마지막 저녁까지 먹고 상품을 한아름씩 안고 돌아온다. 어느새 나올 때만큼이나 어두워졌다. 오늘 하루 특별한 행복으로  크게 동그라미 하나 치는 하루를  마감한다. 너무나 헌신적으로 수고하신 임원들과, 함께 동행하며 더불어 행복할 수 있었던  모든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도 다음 기회는 꼭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유명 클럽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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