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차려준 아침상
조 은 미
시대가 변하니 며느리가 차려주는 아침상을 받아본다는 게 세상에 없는 호강거리가 되었다.
방 2개 짜리 아파트에서 방 3개 짜리 아파트로 늘려가더니 내 방 하나 따로 꾸며놓고 어머니 이젠 아무 때나 오시고 싶은 때 오셔서 주무시라며 현관 비밀 번호를 알려준다.
새로 준비해 놓은 폭신한 이부자리에 녹색 커텐이 은은히 드리워진 방이 아늑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준비했는지 한 상 그득 차린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
며느리의 정성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오랜만에 식구가 둘러 앉아 먹는 식탁이 정겨운 대화로 생기롭다.
어머니 이젠 힘드셔서 못하신다고 올 구정 명절부터 차례는 이제 집도 넓으니 제가 지낸다고 임무 교대를 제안한다.
어찌 그리 마음 씀이 엽엽하고 넉넉한지. 볼수록 사랑스럽다. 아들아 넌 참 복이 많구나. 며늘아 네가 우리집 보배구나.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만히 일어나 꼭 끌어 안아주며 마주 보고 웃는다.
아들의 얼굴에도 빙그레 미소가 벙근다.
내가 간혹 서울 볼 일 보러 오가며 들릴 때라도 나 위해 따로 신경 쓰지 말고 평소 너희 하던 대로 하라고 신신 당부 이른다. 며느리 마음 씀이 고맙지만 직장 다니는 며느리 군 신경 쓰는 게 버겁지 않을까 싶어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아들 집에 자고 다니는것을 삼가리라 마음 먹는다. 나오는 길에 잘 쉬어간다는 고마움을 담아 벼갯머리에 5만원 짜리 한 장을 팁으로 애교 삼아 몰래 놓고 나온다. 볼에 닿는 아침 바람이 차다. 가슴에 흐르는 따사로움이 온몸을 감싼다. 겨울이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발걸음이 가볍다.
사랑하며 산다는 건 이리 살맛나고 인생다운 일인 것을!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하는 행복 (2) | 2024.11.21 |
---|---|
서로의 이름 안에 사는 의미 (5) | 2024.10.19 |
한가위 보름날만 같아라 (6) | 2024.09.18 |
웃음이 머무는 언저리 (8) | 2024.09.16 |
여성 상위 허와 실 (2) | 202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