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같이, 따로

조은미시인 2025. 2. 8. 06:35

같이,  따로
조 은 미

  며칠 강추위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호기 부리고 파크장에 나갔다가 동장군 위세에 눌려 일단 항복하고 일찍 집에 돌어왔다.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점심도  걸렀다.  계란 몇알을 꺼내 삶는다.  10 분정도 기다리면 잘 익은 완숙이 된다. 계란 삶아주는 신통한 녀석이 있다. 물에 삶으면 더러 갈라져  흰자가  껍질 사이로 삐져나와 실패하기 일수이다. 요녀석은 물을 조금 붓고 스위치 시간 맞춰 돌려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한알도 실패가 없다. 간단히 시장기를 때우는 데는 계란이 최고다. 영양가도  있고 맛도 좋다.  간단히 허기도 면해준다. 어린 시절 소풍갈 때 엄마가 싸주시던 찐계란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계란이 농촌의 주요한 수입원이었던 시절  평소에 계란을 먹어본다는 건 꿈도 못꿀 일이다. 알을 낳는 족족 면화씨 깐 바구니에 모았다 10 개씩 짚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장날이면 장에 내다 파셨다. 생일 날이나  손님 오시는 날이면 계란 찜은 큰 호사였다. 새우젓 간간하게 넣고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인 계란찌개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드디어 계란이 다 익었다고 부저가 울린다. 얼른 꺼내 찬물에 담근다 . 껍질이 솔솔 잘 까진다. 흰자의 매끈한 촉감이 여인의 속살을 만지듯 매끄럽다. 반을 자르니 노른자가 흐트러짐 없이 가운데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흰자의 부드러움과 노른자의 고소함이 혀끝에 감긴다 .

   계란은  한 껍질 안에 들어있어도 흰자와 노른자가 확연히 구분된다. 계란이 오래되 상하면 노른자와 흰자가 섞인다.  계란의 신선도를 구분할 때 깨뜨려 보아 노른자가 풀어져 흰자와 섞였으면 오래되고 상한 것이다.
  흰자와  노른자는 역활이 다르다. 흰자는 노른자를 보호 하고 노른자는  병아리가 태어나는 소중한  영양 공급윈이 된다.  
  한 껍질속에 들어 있어  알을  부화하기 위한 공동 목표로 서로 협력하지만  상하지 않는 한 늘 상대와 따로 자신을 지키고 있다.

  
  우리는 여러 관계 속에 살아간다. 한 집에 사는 부부라 할지라도 같이 따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 가족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서로 다름을 인청하고 존중할 때  관계가 돈독해진다.
    친구 사이에도 가깝다고 속에 있는 온갖 말을 쏟아놓으면 관계가 틀어졌을 때 비수가 되어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 남편이 부인을 함부로 대할 때 그 기정은 깨어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경계가 무너질 때 서로 원수가 된다. .
   나 스스로에게도 경계를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 보는 사람이 없다고 풀어지지 말고 늘 자존감을 갖도록 자신을 다스리고 배움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타인에게 겸손하고 친절하되 비굴함은 금물이다. 자신을 잃어버릴 때 편한 사람으로  함부로 취급받기도 한다.
  
  계란을 먹으며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같이, 따로의 경계를 지키며 사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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