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깜짝 선물

조은미시인 2025. 2. 13. 08:54

깜짝 선물
   조 은 미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다. 어린 시절 대보름은 큰 명절로 동네가 왁자지껄 활기가 넘쳤었다. 우리 동네는  지난 주말  마을 분들이  다 모여 미리 오곡밥과 묵나물 잔치를 한 터라 정작  보름날은 조용하다.
아침부터  눈이 시나브로 내린다.  눈 오는 날은
꼼짝 없이 집에 갇힌다.  
올해는  눈이 유난히 많이 왔다.  사흘 돌이로 미쳐 녹을 사이가 없이 또 쌓인다. 하염없이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망중한에 젖는다.
눈이 쌓이는 풍경은 낭만적이고 허허롭다.


  이름붙은  날 혼자 있다는  건  좀 쓸쓸하고  적막한 일이다. 핸드폰 알림이 정적을 깬다.
택배 도착 알림 문자이다.
누가 보냈을까?  
서둘러 택배 집하소로 향한다.
제법 큰 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는 동생이 보낸 택배였다.
물품 이름이 안 써 있어  내용물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했다.
집에 와서 얼른 상자를  풀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나물 몇 가지, 잡채, 불고기, 전, 생선구이, 찰밥, 미역국등 잔치 음식이 그득했다. 정월 대보름과 더불어 며칠 있으면 돌아올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미리 택배를 보냈나 보다. 예기치 못한 깜짝  선물에  가슴이 찡해온다.
보름날 오곡밥도 안해먹고 혼자 쓸쓸히 보낼 나를 생각해  잔치상을 보낸 그녀의 정성이 눈물겹다.  고맙다고 전화를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 울컥한다.
   그녀와는 피를  나눈 자매지간은 아니지만 친 자매이상으로  큰 교감을 나누고 산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히 기억되고 사랑을 받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감동으로 울먹이는 내게 더 행복해하는 그녀의 웃음 소리가 해맑다.
생각지 못한 선물이기에 더 감사와 감동이 크다.
사랑을 주고 받는 일만큼 우리를 살 맛나고 따스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사랑은 받을 때도 행복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푸는 기쁨도 크다.


  사화가  점점 매마르고  무관심이 깊어간다.
보릿고개 가난 했던 시절보다 물질의 풍요를  누리는 지금이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 해마다 자살율이 증가하고 범죄도 점점 흉포화 해간다.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가정의  붕괴는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학교 폭력이 심화 되고  작금에는 묻지마 살인까지 횡횡한다.  곳곳에 사랑이 없음으로 인해  사회가 극도로  황폐화 되고 있다.
모든 걸 아우르는 큰 사랑이  이 땅에 하수같이  흐르기를 간구한다  나부터  작은 사랑을 실천 하는 열린  문으로 서야 하리라. 내 주변이 나로 인해 더 따뜻하게 변화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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