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3보약

조은미시인 2025. 2. 11. 22:24


보약
조은미

  오늘은 파크장에서 멧돼지 바베큐가 예약되어 있다.  급히  나가느라 빈 속에 한 줌이나 되는 약과 영양제를 한 입에 털어넣었다. 바베큐 화로와 숯, 그외 필요한 도구를 갖춰  서둘러  집을 나선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급기야 속이 뒤틀리며  금방이라도 구토가 날 것 같고 어지럽다.  사람이  어찌 그리 미련스러울까 ? 빈속에 약을 그리 한꺼번에 털어 넣었으니  온전한  것이 이상할 일이다.   입으로는 아무 때 부르셔도 '아멘' 하고 간다고 수도 없이 되뇌이지만 막상 좋다는 영양제는  이것 저것 사들이는  이율배반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집에 있는 영양제나 영양보조식품이  손가락으로 꼽으면 10가지 이상은 될 듯 하다.   말대로 효능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이 드니 몸에 좋다는 것에는 귀가 얇아진다.  하루에 다 챙겨 먹기도 벅찬 영양제나 보조식품 때문에 몸에 좋으라고 먹은 약이 도리어 화를 부르는  것 같다. 건강 염러증이 부른 과욕의 어리석음에 쓴웃음이 나온다

  파크장에 도착해 컨테이너 탁자에  한동안 엎드려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급할 때 처방약은 예수님 밖에 없다. 수도 없이 주님을 부르며 기도 했다. 30 여분 지나진 신기하게도 서서히 메스꺼움이 가라앉고 어지러움도  없어진다. 늘 예수 이름 앞에는 기적이 일어남을 경험한다.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지. 왠만큼 몸을 추스린 후 파크장을 한 시간여 돌았다.  하늘은 어찌 그리도 맑은지! 햇살은 어찌 그리도 따뜻한지!  싱그런 바람이 상큼하게 코끝에 걸린다. 한쪽에서  굽고 있는 구수한  고기 냄새에 모두 불 앞에 앉는다. 봄날씨처럼 따뜻하다. 야외에서 바베큐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숯불에서 멧돼지가 노랗게 익어간다. 막걸리, 소주 몇 잔에 웃음이 날개를 단다.  멧돼지 바베큐는 처음이다.  안먹어 보던 음식이라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여럿이 어울리는 자리에 너무 가리는 것도  분위기를  깨는 일이라 조심스레 한 점 입에 넣고 씹어본다. 워낙 어린 것이라 그런지  노랗게 구어진 살점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선입견이 무색하게 맛나다.  따끈한 불 앞에서 정담이 익어간다. 보약이 따로 있을까? 이렇게 맛난 것 먹고 웃고 떠드는 것이  보약이지.  십전 대보탕 한재 먹는  것보다 더 효과 있는 명약이리라.  빗장  열린 마음문 사이로  행복이 슬몃 고개를 내민다.  하늘이 유난히 맑다. 등 뒤로 따끈한 햇살이 쉬어가는 오후 몸도 마음도 젊어진다.
역시 이것이 보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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