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이것 저것 세심하게 챙겨주는 손길이 친정 엄마처럼 푸근하다. 곱셈의 기적

조은미시인 2025. 2. 18. 05:55


곱셈의 기적
조 은 미

  모처럼 서울에 왔다,  온김에  볼일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루 해가 짧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지만  익숙했던 도시의  공기는 또 다른  편안함이 있다.  무료 전철 카드 한 장이면  아무데고  갈수 있는  편리함과 가는 곳 마다 깨끗한 화장실, 하다 못해 붐비는 거리의 분주함까지도 정겹다.
  약속이 하루 걸러  며칠간 걸쳐있다. 집에 다녀오기도 어중띠다. 엎어진김에 쉬어간다고 사나흘 묵어가야겠다 마음 먹는다.

  오십 년 지기 대학동창들과 추억이 깃든 을지로 3가 안동장에서 만났다. 안동장의 짜짱면은 그 시절 그 맛이다.
여전히 사람으로 붐빈다. 세월의 무게만큼 곰삭은 우정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 안에 산다. 꽃띠에 만나 할매들이 다 되었지만 늘 봄으로 산다. 가슴 저리도록
정겨운 벗들이다. 저녁이 겨워 헤어진다.

  다른 볼일을 몇가지 더 보고  아들 집에 먼저 여장을 푼다. 언제나 생글거리는 며느리의 환대가 고맙다. 정갈스럽게 차려주는 아침상에 감동한다.
  뜻하지 않게 문상할 일이 생겼다.아산병원까지 아들 며느리가 차로 모셔다 준다고 나선다. 문상을 마치고  천호동에 있는 본교회까지 데려다준다. 자식들에게 받는 배려가 흐믓하고 고맙다.

  교회 문을 들어서니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긴다. 성가대의 찬양에 가슴이 뭉클한다.
밴드의 반주에 맞춰 소리 높여 찬양을 부른다. 어떤 것으로도 대치될수 없는 순수한 기쁨과 감격이 온몸을 휩싼다.
   예배 후 가까이 지내던 권사 두분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점심과 차를 대접 받는다.  영양솥밥의 따끈함이 가슴까지 데운다. 사랑이 머무는 자리는 언제나 따사릅다.

   교회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안부삼아 전화를 넣었다.집에 와서 유하라 강권한다. 보고싶던 핑계 삼아  방문하기로 한다.
공원을 걸어 전철까지  마중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본다. 반가운 마음이  마주 내달린다.
정스럽게 챙겨주는 저녁에, 편한 잠자리까지
호사가 넘친다.

  아침 일찍  배웅을 받으며 2시간 거리의 약속 장소로  나선다.  여고 반창회 모임이다. 전철을 몇 번씩 갈아타며 먼거리를 마다않고 달려가는 마음이  설렌다.
늘 봐도 그리움이 목에 차고 만나고 헤어지면
  금방  또 보고 싶어지는 허물없는 친구들이다.
맛난 초밥으로 점심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수다가  익어간다.
문화 생활에 고팠던  허기를 채우며 달달한 카페 분위기에 가슴이 촉촉하게 젖는다.
한낮이 겹도록 호호대다 늦었으니 자고 내일 가라며 붙잡는 친구의 권에 못이기겨 주저앉는다.
동가숙 서가식의  유유자적한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한껏 누린다. 노후가 이만하면 뭘 더 바라랴.

아무 때고 내 집처럼 편안히 쉬어가라고 환대해주는  벗의  우정이 눈물이 날만큼 고맙다.이것 저것 세심하게  챙겨주는 손길이 친정  엄마처럼 푸근하다.
빛은 제 빛으로  인하여 주변을 밝힌다. 내 안에 사랑이 넘칠 때 주변도 따사롭게 변한다.
사랑은 곱셈의 기적을 낳는다.
내가 심은 작은 사랑의 씨앗이  언제나 더 큰 결실로 돌아옴에 감사한다.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예외없이 내가 먼저 뿌리는 수고가 있어야한다. 뿌리기만 하면 스스로 개체 분열이 일어나 큰 나무가 되어  그늘을 만든다.  사랑은 전염력이 강하다. 그늘에 쉬어본 사람은 또 다른 나무가  된다.  확산되고 모이면 숲을 이루고 새가 깃든다. 내 주변이 사랑의 숲으로 우거진다면 얼마나 더 살맛나는 세상으로 변할까!
남은 평생이 곱셈의 기적으로  채워지는 삶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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