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내 곁에
조은미
친구와 지인들에게 연일 곰비임비 생일 축하를 받느라 호사가 늘어졌다.
Face book 에서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축하 메세지가 이어진다. 포스팅한 글을 읽고 공감하는 독자들이 보내는 인사라 더 없이 반갑고 고맙다.
사위가 토요일 점심을 예약해놓았다기에 딸네 집에서 하룻밤 유하기로 한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구름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든다. 반가움이 넘친다.
어찌 그리 식구를 알아보는지. 오랜만에 가도 반색을 하며 주변에서 맴돈다. 미물이지만 손주 맞잡이로 사랑스럽다.
대학 2년생인 외손녀가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난다.
딸이 결혼 하고 5 년만에 들어선 아이다. 몇 십년만의 집안 경사라 온 식구들의 마스코트로 온갖 사랑을 다 받으며 자랐다. 내 자식 기를 때보다 외손녀를 향한 사랑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맹목적이 된다.
손에서 아장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나는 시간은 살처럼 빠르다.
침대가 있는 제 방을 내준다. 편히 쉬시라며 거실로 나가는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할미를 배려해주는 마음씀이 고맙고 대견하다.
여고 시절 한창 사춘기를 지내며 에미하고 티격태격 부딪치면서 애를 태우더니 옛말하듯 어른스러워졌다.
일주일에 두서너 번 커피 전문점에 알바이트를 나가면서 공부도 열심히 한다. 자기 관리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윗어른 공경할 줄 알고 수평적 인간관계를 조화롭게 잘 이루어가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익어가는 모습에 밝은 기대감을 갖게된다.
시간이 답인 것 같다.
자식을 믿고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기대가 지나쳐 성급하게 채근하며 닥달하면 서로 상처받게 되고 대화가 단절되어 부모 자식간에도 불화하며 문제아로 사춘기를 보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침에 알바이트 나가면서 할머니 생신 축하드린다며 봉투를 내민다.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로만 알았는데 힘들게 번 돈으로 할미 용돈까지 챙겨주다니! 감동으로 왈칵 눈물이 솟는다. 손녀 딸이 내밀고간 봉투가 천만원 보다 더 큰 무게로 와닿는다. "돈 많이 벌면 더 많이 드릴께." 하고 나가는 손녀딸을 꼭 안아준다. 그 어린 것이 어느새 커 용돈을 주다니! 감동으로 가슴이 얼얼해온다.
봉투를 몇 번이나 쓰다듬어 본다. 하도 소중해 그냥 모셔만 두고 쓰지 못할 것 같다.
딸이 집에서 구운 홈메이드 케잌에 촛불을 밝히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케잌을 밝힌 촛불 위로 평화가 남실댄다. 직장 생활로 바쁜 가운데도 케잌을 직접 굽느라 애쓴 딸의 정성이 고맙다.
감사와 가족 모두의 무탈함을 소원에 담아 촛불을 끈다.
베이징 덕으로 오붓하게 오찬을 즐긴다.
바삭한 껍질의 고소함이 혀끝에 감긴다. 얼마나 맛나던지! 자식 둔 보람을 느낀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기쁨이 이러한 것을.
감사와 감동으로 가슴이 촉촉해진다.
요즘 자녀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가 늘어난다. 현실적으로 팍팍하여 자녀 키우기가 힘들기도 하겠지만 희생을 거부하는 현대인들의 이기주의가 참으로 안타깝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고는 이 기쁨을 어찌 알 수 있으랴.
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속도 깊어지고 인생이 무엇인지 철도 나고 진정한 어른이 된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효도가 돈으로만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기간끼리 우애하고 작은 것에서도 진정한 존경과 배려와 사랑이 느껴질 때 부모는 세상을 얻은 듯 행복하다.
생일 독립선언 하길 참 잘했다. 며칠 온전히 내게로만 집중 되는 관심과 사랑에 기쁨이 초만원 이다.
딸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에미가 된 것 같다.
네가 내 딸이어서 좋구나.
사위! 자네가 있어 든든하고 고맙네.
서로 사랑하며 사는 딸 내외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벙근다. 사위가 잠실 시외버스 정거장까지 픽엎해 준다.
구석구석 배어든 달달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흔들리는 버스 차창에 아직은 이른 봄볕이 따라온다. 가슴은 이미 정녕 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