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조 은 미
새벽 5시,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나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성경 읽고 큐티하고 영어 공부하고 글 좀 쓰다보면 조반을 건너뛰기 일수다.
오늘은 9시에 하모니카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진득하게 앉아 글 쓸 시간이 없다. 누룽지 한 술 끓여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서둘러 나선다. 숨이 턱에 닿는다.
집에서 차로 15분쯤 거리에 엄소리 마을 회관이 있다. 평균 70대의 노인들이 일주일에 2번씩 모여 하모니카를 부는 동호회이다. 10여 년 이상 꾸준히 이어온 모임이라 수준이 상당하다. 면에서는 실버 연주단으로 인기가 있다. 마을 행사에 단골로 초청받기도 하고 요양원에 봉사도 다닌다. 80이 넘은 어르신들이 음정, 박자를 지켜 정확히 연주하는 걸 보면 끈기가 놀랍다. 그분들의 진솔하고 진지한 삶의 자세를 보며 많이 도전받고 배운다.
2시간여 수업이 끝나고 나온김에 파크를 치러 가려하니 점심이 어정쩡하다. 엄소리 마을 어르신들이 노인회관에서 점심을 먹고가라 이끄신다.
남의 동네라 좀 미안스럽긴 했지만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선다. 주말만 빼고 노인회관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가 제공된다. 어느 마을이나 비슷 하다. 우리 마을의 노인회관에서도 점심을 주지만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다. 아직 노인정에 드나들며 대접 받기는 어쩐지 망설여진다.
마을의 젊은 분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탁에 깜짝 놀랐다. 일류 한정식집 못지 않은 메뉴에 입이 벌어진다. 가지가지 나물들이 얼마나 맛난지.
스무 분 남짓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이 화기 애애하다. 밥을 함께 먹는데서 정이 난다. 이렇게 매일 모여 식탁을 나누니 얼마나 정이 끈끈해질까! 참말 살고 싶은 마을이다.
병 중에 제일 큰 병이 외로운 병이라 한다.
시골 분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유가 밀접하게 엮이는 이러한 공동체도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노인복지는 세계 최고 아닐까? 새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장돌 파크장이 휑하다. 다른 때 같으면 한 두팀이라도 치고 있을텐데. 대성리 구장이 오픈하니 그리로 다 몰려갔나 보다. 단지 혼자 밖에 없으니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구장을 전세 내어 한 라운드만 돌아도 지친다. 쉬며쉬며 간신히 시간 반을 채우고 집에 돌아온다.
그렇게 재미있던 파크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더불어 함께 함이 활력이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주변에 함께 할 벗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재산이고 축복인가?
혼자만의 성공은 의미 없는 일이다. 더불어 함께 할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속한 곳에서 서로 존중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행복과 직결된다. 서로 경쟁 상대로 경원시 할때 사회는 점점 삭막해 진다. 더불어 함께 하며 선의의 경쟁을 할 때 서로 긴밀한 관계망이 이루어지고 좀 더 따뜻한 사회로 변화될 것이다.
내가 먼저 상대의 좋은 벗이 되어주자. 서로 있음에 감사하며 곁에 있을 때 소중히 여기자. 오늘은 그간 소홀했던 벗들에게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