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사.미.고

조은미시인 2025. 3. 3. 09:25

사.미.고
조 은 미

사.미.고 는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의 줄임말이다.
사.미.고는 비상금 처럼 늘 지갑에 넣고 다니다 필요할 때 꺼내쓰면 윤활유처럼 관계를 따뜻하고 부드럽고 깊어지게한다.
잠잠히 나를 돌아본다
평생 살아오면서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은 제법 인심쓰며 넉넉히 나누었다.
그러나 "미안해" 라는 말은  아끼며 살았던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미안할 일을 만들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사랑해' ,  '고마워' 라는 말은 자기 기준에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미안해' 라는 말은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어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해' 라고 말할 때 자존심은 잠깐 뒷전으로 밀쳐놓아야한다. 상대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고 이해해주어야 한다.
때로 전혀 고의적인 의도가 없이 한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는 치명타를 입히기도 한다. 그럴 때는 참으로 황당하고 난감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 설명으로  조목조목 따지고 납득시키려 애쓰지만 그럴 수록 상대는 더 방어적이 되고 완고해진다. 아무리  타당하고 조리 있는 설명도 상처받은 상대에게는 변명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아주 손절할 상대가 아니라면  심호흡을 가다듬고 작전상 후퇴가 필요하다.  상처 입은  건 내가 아니라 상대이기 때문에 내 정당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상대의 느낌을 수용하고 같은 마음이 되어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서만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미안해' 라는 말에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진심으로 미안해라는 말로 상대를 품을 때 서로 신뢰하게 되고 이전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타인과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 받을 상황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의도 하지 않은 부지불식간의 작은 실수에 대해서는 영어로 'Excuse me' 정도의 에티켓으로 미안해를 상용화 하면 품격이 돋보일 것이다.

  가장 '미안해'를 남발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할 관계는 가족 관계이다.
  타인과는 무리 없이 관계를 잘 이어가는 사람도 무장해제된 가족이라는  암초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가족관계에서 받는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의외로 많이 많이  보게 된다. 타인과는  안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만 하는 가족들과의 관계가 어긋나면  그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로는 트라우마의  늪에 갇혀 삶 전체를 지배 당하며 일생을 불행하게 살기도 한다.

  우리는 믿거라 함부로 대하는 가족 관계에서 서로에게 자주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미안해 ' 한 마디에 제일 인색한 것이  정작 가족들 사이이다. 그러나 '미안해'  한 마디에 경직 되었던 관계가 풀어지고 용서가 되는 것 또한 가족이다. '미안해' 한 마디면 풀어질 일을 그 말 한마디 아끼다 가정이 깨어지기도 한다. 불꺼진 화로처럼 따뜻해야할 가족들이  찬바람 쌩쌩 일으키며 넘을 수 없는 벽을 쌓고  집에만 들어오면 입에 자물쇠 닫아 걸고 남보다 못한 애증의 우리에 갇혀 짐승처럼  불행한 날들을 살아가기도 한다.

  "미안해' 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자존심 줄다리기는 백해 무익이다. 말 안해도 이해하겠거니 하는 안일함도 큰 적이다. 잘못 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낮은 포복 자세로 꿍쳐놓았던  사.미. 고 비상금을 풀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물쭈물하다 쪽박 깨뜨린 후 후회해본들 때는 이미 늦는다. 쏟은 물을 다시 주워담기는 어렵다. 부부가 불화로 헤어진 후 남는 건  죽음보다 견디기 어러운 외로움과 쓰디쓴 고독 뿐이다.

  '미안해' 한 마디에 '고마와' , '사랑해' 양쪽 날개로 부채질 하면 신기하게 꺼졌던 화로에 불씨가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우선 순위가 뒤바뀌는 삶을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 가정 잃고 성공한들  무슨 소용이며 나 혼자  잘 된들 무슨 영화가 있겠는가!

  가족만큼 서로 잘 아는 관계가 있을까?  별거 아닌 것에  꼭지도는 남편이나 아내가 있으면 맞대거리 하지 말고  잠깐  우산 펴고  비 그치길 기다리며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 피하다 보면 금방 해가 난다. 해날 때 웃으며 옆구리 꾹꾹 찔러보자. 그러면 당장 해 가리는 양산 펴주는게 부부관계 아니던가.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는게  행복이고 가정을 지켜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가족 소중한 줄 알고 가정이 최고인 줄 알고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를 지켜가는 현명함으로 지혜롭고 따사롭게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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