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거스르며 사는 삶
조 은 미
요즘들어 서울 나들이가 잦다. 아직도 갈 곳이 있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갈만한 건강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오늘은 서울 교대 동기 총회가 있는 날이다.
행여 버스를 놓칠세라 여유있게 나선다.
언제 부터인지 터미널 안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졌다. 늘 먼지가 풀석거려 설악면의 얼굴인 터미널의 불결한 미화 상태가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노인 일자리 차원으로 새로운 분이 청소 요원으로 오신 후 일어난 변화이다. 마침 예의 그 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칠십 후반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남자 분이다. 구석구석 마포 걸레질을 하고 있는 그 분의 얼굴에는 신바람이 넘쳐난다.운동삼아 일 한다는 그 분은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해맑게 웃는 얼굴에는 나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같은 일을 해도 마음 가짐에 따라 삶의 질은 얼마나 달라지는지! 내 삶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만나면 감동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존경스럽다.
40 여분 이상 기다려 잠실행 버스를 탔다.
버스가 막히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더디 가는 것처럼 여겨지는지! 보고픈 마음이 조바심으로 먼저 달린다. 지루한 버스 속에서 셀카 한 장을 찍어 단톡방에 올린다. 푼수없는 장난기의 발동 이다. 어쩌면 단톡에 대문짝만하게 올리는 내 사 진을 더러 못땅하게 보는 친구도 있을지 모르겠 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친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내 진심을 알이주는 친구도 있으려니.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긍정적인 자존감은 늘 나를 활기 있게 한다.
졸업 후 처음으로 모교 인문관 시청각실에서 총회로 모인다. 실상 행당동 세대인 우리에게 신 서울교대 캠퍼스에 큰 추억은 없다. 그러나 이곳이 우리 모교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2세들을 길러내는 초등 교육의 근간인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의 산실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교사들의 자존감은 차세대 우리 교육의 미래이고 희망이다. 점점 교사의 지위가 위축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사가 존중받지 못한다면 교육이 과연 제대로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시간이 되니 모두 밝은 얼굴로 속속 모여든다. 비록 이 캠퍼스에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서울 교대 이름만 들어도 반갑다. 언제나 모이면 20대 그 시절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될수록 칭찬의 말을 건넨다. "하나도 안늙었네." "여전히 예쁘네, " "건강해 보여 좋네." 덕담을 주고 받으며 웃는 일굴에 나이는 어느새 저만큼 물러선다. 될수록 칭찬과 미소에 인색하지 않도록 마음을 넉넉하게 연다. 관심 있는 따뜻한 한마디가 서로를 행복하게 한다. 먼저 보내는 미소에 내 글에 공감하며 잘 읽고 있다는 칭찬이 되돌아 온다. 고맙고 감사하다.
내 글에 대한 공감은 글 쓰기에 대해 의욕을 배가 시키고 힘나게 한다.
회의 후 맛난 점심으로 정담을 나누며 웃음 꽃이 핀다. 보약이 따로 없다, 녹용 한재 먹은 것 만큼이나 활기가 솟는다. 십년은 더 젊어지는 느낌이다.
무릎 치료차 병원 예약이 있어 선릉 산책은 합류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아쉬움이 컸다. 전철 속에서 외국인 관광객 모녀를 만났다. 일주일간 한국 여행 중 이란다. "Where are you come from?" " What do you think about Korea?" "Enjoy your trip."
"You look so beautiful ." 아는 영어 멏 마디를 건네본다.
웃음 띠며 칭찬에 금방 횐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오가며 잠깐 스치는 인연이지만 작은 친절이 그들에게도 큰 기쁨이 되었으리라. 행복은 소소
한 것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얻어지는 선물이다.
정형외과에서 연골 주사 한 대에 삐걱 거리던 무릎이 금새 부드럽다. 나이들면 육체가 쇠하는 건 자연의 순리다. 좀 아픈 것은 그저 함께 동행하는 친구려니 생각하며 살살 다스려 가며 살아야 한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나이는 물리적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내 선택 여하에 따라 젊음의 추는 달라진다 .
나이들어 보니 삶이 여유있어 좋다. 늘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삶은 자존감을 높이고 자족하게 하며 나이를 거꾸로 되돌린다.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다.
미소 띤 얼굴로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도 젊게 살자. 늘 배움에 게으르지 말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것 먹고 건강에 특히 유의하며 시간을 거스리는 삶을 살자. 함께 마음 나눌 벗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귀갓길 만원 버스 한대를 놓치고 30 분 이상을 느긋함으로 서서 기다린다. 가슴 가득한 기쁨은 다리 아픈 것도 잊게한다. 서녘 하늘에 노을이 붉다. 오늘 따라 석양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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