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내가 사는 이유

조은미시인 2025. 3. 29. 17:35

내가 사는 이유
조 은 미
  
  주일 아침이다. 날씨가 오늘 따라  화창하다.꾸물거리다 보니 9시 예배 시작 시간이 거의 다됐다.
숨이 턱에 닿게 부지런히 걸어 교회 문 앞에 당도했다. 문 앞에 당연히 있어야할 목사님, 장로님 차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교회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휙 끼친다. 아무도  없다.
순간  성경에 나오는  휴거가 연상되었다. 아니 나만 남고 모두 들림을  받았나?  핸드폰 날짜를 켜보았다. 아뿔사 오늘이 주일이 아니라 토요일이었다. 어쩜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그리 착각할 수가 있는지! 빈 예배당에서 홀로 기도한 후 되짚어 집에 돌아 온다.

   오는 길에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걷는다. 논두렁 밭두렁에 온통 파릇한 새싹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온 천지에 생명의 생기가 넘쳐난다.
늘 철문의 자물쇠가 굳게 닫혀 있던 저택의  쪽문이  빠꼼히 열려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누구 사는 사람도 없이 비어 있는 집이다.  평소 저 집은 어찌 생겼을까 궁금하던 터다. 살짝  문을 밀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이다. 몇천 평은 족히 되어 보인다. 입구 연못에는 오리들이 노닐고 있다. 나무들이 숲처럼 우거진 마당을 한참 걸어들어가니 그리 크지 않은 고가가 나왔다. 뒤는 산과 연결되어 있어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람이  살지  않아  어째 휘휘하고  적막감 마져 돌았다. 이 집도 주인이 지키고 있을 때는 생기가 돌던 그림같은 집이었으련만.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자손이 와서  살 형편은 안되고 팔리지도 않고 관리는 힘들고 이 좋은 집도 자손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도  아니고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돈은 의미있게 쓰여질 때 가치가 있다.
쌓아두기만 할때 그건 그저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노후의 재정관리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해  처신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우리 집 마당에도 봄빛이 완연하다
어느새 냉이도 쑥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았다.산수유도 노란 눈을  뜨고  목련도
곧 꽃잎이  터질듯  한창 물이 올랐다. 자연의 순환이 신비롭다.
이제 텃밭 농사 채비도 슬슬 해야겠다.

  환하던 하늘이 갑지기 잿빛으로 변하더니 함박눈이 내린다.  반가운 춘설이다. 아직도 잡지 믓 한 산불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린다. 그저 비가 됐건 눈이 됐건 많이 내려 산불이 꺼지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순식간에 천지가  눈으로 덮이더니 그새 쨍하고 했볕이 나온다. 나무에 쌓이던 눈이 금새 녹아내린다. 조화 속이다.  참말 야속도 하다. 어찌 고것 오고 멈춘단 말인가!
뉘라서 창조주의 워대한 힘 앞에 맞설 자가 있을까? 비 한 번이면 족할 일을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연약한 한계가 더 없이 크게 와닿는다.
창조주의  위대함 앞에 한없이 낮아짐을 고백하며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를 만드신 분의 목적에 맞게 그 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삶을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우선 순위를 망각하지 않고 삶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갈 때  내 삶은  더 가치있고 풍성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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